지구 반대편 페루에 가봤니? 오사카 노포 맛 기행은 어때?

입력 2018-08-3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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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관광객이 매년 20%씩 증가하는 페루의 대표적인 잉카유적지 쿠스코의 시내 풍경.

■ 더 멀리, 더 오래, 더 남다르게…달라지는 해외여행 풍속도

비행기 타고 50시간 페루 방문 늘어
스위스서 1주일 단독 여행상품 인기
오사카 미식 투어 등 색다른 경험도


한 해 2600만여 명(2017년 기준)이 외국으로 나가는 요즘, 해외여행은 이제 더 이상 인생의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다. 마치 주말 외식을 가고 영화를 보듯 어느 정도의 준비와 노력만 하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일상의 활동이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는 해외를 나가는 자체에 방점이 찍혔지만, 지금은 어디를, 얼마동안, 왜 가느냐는 기간과 목적을 중시한다. 자연스레 여행 트렌드도 바뀌었다. ‘보다 멀리, 오래, 남다르게’ 가는 것이 해외여행의 만족을 좌우한다.


● 여행 낯가림 NO, 최대한 멀리 간다

중남미의 페루는 지구상에서 우리나라와 거의 정반대편에 있는 나라이다. 순수한 비행시간만 18시간이 넘고, 직항편이 없어 경유를 하다 보니 환승과 공항 대기까지 포함하면 최소 23시간에서 최대 50시간 이상 걸리는 먼 곳이다. 이처럼 거리가 멀다 보니 그동안 페루를 방문하는 한국인은 많지 않았다. 2011년까지만 해도 1만2000여명에 머물렀고 대부분 사업을 위한 비즈니스 여행객이었다. 그런데 페루 관광청이 상반기 발표한 ‘2017 관심 국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페루를 찾은 한국인 여행객은 2만9000여명. 이중 관광을 위한 방문이 77%에 달했다.

페루관광청 제니퍼 피자로 아시아·태평양 인바운드 투어리즘 총괄책임자는 “2013년부터 한국인 여행객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 4월까지 이미 1만4000명 이상의 한국인이 페루를 방문해 전년 동기 대비 38%나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해외여행이 대중화되면서 비행시간 5시간 이상의 장거리 여행에 대한 두려움이나 어려움이 많이 사라졌다. 중국. 일본 또는 동남아 등 단거리 지역을 선호하던 트렌드에 중남미나 북유럽처럼 전에는 ‘아득히 먼 낯선 나라’들이 새롭게 버킷 리스트로 등장하고 있다.


● 한 곳서 지긋이 오래 즐긴다

요즘 지상파나 위성케이블TV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 테마는 해외여행이다. 올해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해외 여행지를 보면 유독 스위스와 오스트리아가 자주 등장한다. ‘뭉쳐야 뜬다-설현편’, ‘사서고생2 팔아다이스’, ‘런닝맨-럭셔리 패키지’편이 스위스에서 촬영했다. 그런가 하면 ‘꽃보다 할배 리턴즈’, ‘원나잇푸드트립-레드벨벳 슬기·웬디편’은 오스트리아가 주요 무대로 등장한다.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모두 얼마 전까지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같은 유럽 인기지역 여행상품에 곁들여지는 ‘서브(sub) 여행지’의 인상이 강했다. ‘OOOO 포함 5개국’ ‘유럽 인기 7개국’ 등 한 번에 여러 곳을 관광할 때 추가되는 곳이었다. 그렇지만 요즘은 이들 나라에서 최소 3일 이상 머물며 느긋하게 돌아보는 여행자들이 많다.

스위스 관광청의 자료에 따르면 스위스만 돌아보는 단독 여행상품이 크게 늘었다. 스위스를 찾은 한국인 여행객의 60%가 최소 4박 이상 7일까지 머무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위스 관광청 조원미씨는 “한국인 방문객 수 증가와 체류기간 증가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것은 여름이나 겨울 성수기 시즌 외 봄, 가을 방문객도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점”이라며 “방문객 중 35세 이하의 젊은층 비중이 높아 향후 재방문 가능성이 높은 것도 한국여행객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알프스 산맥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빼어난 풍광을 자동차 여행으로 즐기는 스위스의 관광상품 ‘그랜드 투어’.


● 남과는 뭔가 다른 여정을 꿈꾼다

다국적 여행사 익스피디아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자유여행객의 41%가 자신만의 특별한 일정을 계획한다. 스페인이나 영국, 이탈리아에서 좋아하는 프로축구 구단의 경기를 관람하거나, 와이너리나 브루어리 같은 양조장 투어를 하기도 한다. 또한 현지 슈퍼마켓을 돌며 ‘소확행’과 ‘가성비’ 쇼핑의 재미를 즐기기도 한다. 여행 목적이 다양해면서 이에 맞춘 상품들도 등장하고 있다. 스위스의 경우 자동차를 이용해 알프스 지역 곳곳을 여행하는 ‘그랜드 투어’ 상품을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친환경적인 전기자동차로 드라이브를 즐기는 ‘E-그랜드 투어’ 상품까지 나왔다. 마추비추와 쿠스코 같은 잉카 유적이 자랑인 페루는 수도 리마를 중심으로 전통 식문화부터 미슐랭 스타 식당까지 즐길 수 있는 미식투어를 새로운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오사카 교토 노포 맛 기행에서 방문하는 ‘오사카에서 가장 신선한 회전초밥 가게’를 표방하는 다이키 수산의 매장.


● 오사카·교토 미식 투어 ‘노포 맛 기행’ 인기

이런 변화는 자유여행 뿐만 아니라 패키지투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는 천편일률적인 여정이 아닌 지역이나 고객 특성에 맞는 테마나 주제를 강조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하얀풍차 하리카여행사가 기획한 ‘정준작가와 함께 하는 노포 맛 기행’의 경우 일본에서 미식 고장으로 꼽히는 오사카와 교토 지역을 돌아보는 상품이다. 이 지역의 일반적인 관광명소 방문을 줄이는 대신 현지민의 일상을 느끼며 식사를 할 수 있는 ‘가성비 갑’의 회전초밥 가게부터 수산시장, 해산물 요리 식당 등을 체험한다. 특히 교토에 있는 550년 역사의 소바 전문점 오와리야, 오사카의 160년 역사를 가진 다시마 반찬가게 오쿠다야 야마모토, 360년 역사의 화과자 점 츠루야 하치만 등 일본 식문화를 상징하는 시니세(노포)를 방문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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