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와 팬은 늘 한 편인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팬이란 다른 단어로 바꾸면 소비자이기에 자신의 취향과 맞지 않으면 언제든 돌아선다. 그래서 시쳇말로 ‘덕후가 돌아서면 더 무서운 법’이라고 하지 않던가.
이에 가수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과 팬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음악 사이에서 고민한다. 2년 만에 새 앨범으로 돌아온 박지민도 이 차이를 좁히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새 앨범 ‘jiminxjamie’다.
박지민은 이번 새 앨범에 수록된 5곡 중 무려 3곡의 작사, 작곡에 참여했다. ‘지난 2년 동안의 음악적 성장과 고민을 담았다’는 소개 문구에 일말의 거짓도 없는 것이다.
“타이틀곡인 ‘April Fools (0401)’는 원래 제가 하고 싶었던 음악 스타일을 담았어요. ‘K팝스타’ 이후 박지민하면 밝고 소녀스러운 이미지였지만 사실 제가 원했던 스타일은 이런 것들이었거든요. 전 언제든지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알맞은 때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오늘(4일) 오후 6시 공개될 박지민은 그동안 우리가 알던 박지만과 완전히 다르다. 앨범명인 ‘iminxjamie’가 암시하듯 박지민보다 제이미에 가까운 곡들로 채워져 있다.
“그동안 곡을 만들면서 퓨처 알앤비 장르의 곡들을 써 왔어요. 하지만 분명히 국내에서는 하기 어려운 장르긴 하죠. 그래서 앨범 작업을 하면서 조금씩 제가 하고 싶은 걸 내려놨어요. 제가 원하는 걸 줄이고 사람들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을 골랐죠. 이 앨범 만들면서 정말 힘들었어요.”
박지민은 이번 앨범에 대해 “나의 음악을 소개하는 앨범”이라고 표현했다. 어쩌면 본색을 드러낼 박지민을 반기거나 멀리할지도 모를 대중에게 “앞으로 저는 이런 음악을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일종의 선전포고(宣戰布告)인 것이다.
“그동안 공백기 때문에 불안한 적은 없었지만 팬들에게는 미안했어요. ‘이제 기다림도 익숙하다’는 식의 반응을 보면 미안하고 하루 빨리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었죠. 그래서 2년 동안 집과 작업실만 오가며 음악에 집중했어요.”
누군가에는 벌써이고, 어떤 이에겐 고작일 2년. 박지민은 이 시간을 두고 “어느 때보다 음악에 집중할 수 있었고 나만의 색을 찾아가는 시간이었다”며 “나에게 꼭 필요했던 2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대목만 봐도 ‘K팝스타’ 속 천진난만하기만 했던 ‘원석’ 박지민에서 훌쩍 자랐음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우리 회사의 그 유명한 ‘공기 반 소리 반’ 스킬도 익히고 보컬 레슨을 받으면서 다양한 음색을 낼 수 있게 됐어요. 노래 부르기도 훨씬 편하고요. 예전에 비해 목소리도 낮아지고 조금은 변했지만 오히려 표현의 폭이 훨씬 넓어진 것 같아요.”
목소리도, 외적인 스타일도 변했다. 그 사이에 처음 들어간 JYP의 사옥도 신사옥으로 바뀌었다. ‘고작’이라고 생각했던 지난 2년 간 박지민의 안팎은 끊임없이 변화했다. 단 하나 변하지 않은 것은 오랫동안 자신의 음악을 대중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박지민의 바람 뿐이다.
“들려드리고 싶은 곡은 참 많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할래요. 제가 써놓은 다른 곡들도 알맞은 시기가 되면 나올 수 있겠죠. 큰 욕심을 부리기보다 오래토록 음악을 하고 싶어요. 아주 천천히 ‘박지민도 이런 음악을 하는 구나’, ‘저런 음악도 한다’는 걸 보여드리려고요. 앞으로도 제가 조금 더 좋은 곡들을 많이 낸다면 대중과도 더 자주 볼 수 있겠죠. 그러려면 좀 더 열심히 음악을 해야겠죠?”
사진│JYP 엔터테인먼트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