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피플] ‘재활’ 김진수 “다가올 4년을 위해 오늘에 충실히”

입력 2018-09-0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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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스포츠동아DB

하루하루가 치열하다. 한 때 축구국가대표팀 왼쪽 풀백을 맡았던 김진수(26·전북 현대)가 주로 머물고 있는 공간은 그라운드가 아니다. 현재 동료들은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신임 사령탑 파울루 벤투(49·포르투갈) 감독과 구슬땀을 흘리고 있지만, 그는 서울의 한 병원과 전주의 재활센터를 오가며 회복에 전념하고 있다. 가장 사랑하는 축구를 당분간 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오늘의 땀이 내일의 희망으로 돌아온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김진수는 2018러시아월드컵 최종엔트리 발표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진행된 3월 유럽 원정 A매치 시리즈 가운데 북아일랜드 평가전에서 왼쪽 무릎 인대가 파열됐다. 월드컵 개막까지 시간이 촉박해 수술을 미루고 재활을 통한 치료에 매진했으나 기적은 없었다. 짧은 기간 내 회복은 무리였다. 결국 6월 초 수술을 결정했다.

다행히 경과는 좋다. 부상 부위 근력을 키우고, 밸런스를 끌어올리고 있는 김진수는 5일, “혹독하게 버텨내고 있다”고 했다. 전북 선수단의 재활을 담당하고 있는 지우반 피지컬 코치도 정성껏 김진수를 보살피고 있다. 전북 완주군의 클럽하우스에서 매일 진행 중인 특화된 재활 프로그램을 직접 마련하고, 다양한 조언을 건네며 힘을 실어준다.

당초 복귀시점을 9월 말로 잡았지만 김진수는 서둘지 않겠다는 의지다. 가벼운 러닝을 소화하고 있지만 아직 볼을 사용하는 훈련은 피하고 있다. 전북 최강희 감독 역시 아끼는 제자에게 “절대 급하게 생각하지 말라.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채 돌아오면 오히려 탈이 날 수 있다”고 다독였다. 김진수는 “축구인생을 길게 보고 있다. 지금이 다음 4년을 향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힘줘 말했다.

전북 현대의 김진수는 부상 부위 근력을 키우면서 밸런스를 잡아가는 과정에 있다. 복귀시점을 9월말로 잡았지만 서두르지는 않을 생각이다. 스포츠동아DB


-많이 회복됐다. 정확한 상태를 알고 싶다.

“재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3주 정도 흘렀다. 수술은 잘 끝났고, (상처가) 아물고 있다. 의료진도 ‘상태가 좋다’고 말해줬다. 복귀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지만 착실히 재활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클럽하우스에서 조금씩 몸을 만들고 있다.”


-부상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줄 수 있나.

“북아일랜드 평가전에서 무릎을 다치고 라커룸으로 들어가는데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정말 많이 울었다. 주변에서는 ‘괜찮다. 회복할 수 있다’고 했고, 회복에 6주 정도 필요하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지 못했다.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했다.”


-수술 결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맞다. 그런데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 어쩌면 월드컵에 도전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지나쳤을 수도 있다.”

김진수는 쉽게 마음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몸도 아팠지만 마음의 상처도 컸다. 대표팀의 주축 측면 수비수로 활약한 2014브라질월드컵 직전에도 부상으로 최종엔트리에 발탁되지 못한 그는 거짓말처럼 반복된 악몽에 또 울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인터뷰에서 ‘4년 전과 같은 상황은 피하고 싶다’고 했다.

“정말 그렇다. 실력이 부족해서 월드컵에 갈 수 없다면 금세 잊을 수 있겠는데, 부상으로 꿈을 접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3월 부상 직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똑같아진다고 느꼈다. 이미 쏟아진 물이었다. 자책도 하고 하늘을 원망도 해봤지만 돌이킬 수 없었다. 어떻게든 월드컵에 가려 했는데…. 내려놓음이 결코 쉽지 않았다.”


-무엇이 자신을 붙잡게 했나.

“2014년 당시의 부상으로 이번에는 잘 추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렇지 않더라. 훨씬 가슴이 아팠다. 그런데 그냥 모든 걸 포기할 수 없더라. 가장이 아닌가. 다시 뛰어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정신을 빨리 차릴 수 있었다. 월드컵은 잡힐 듯 잡힐 듯 잡을 수 없는 존재였다. 평생 한 번 올까 말까한 기회를 난 두 번이나 놓쳤다.”


-월드컵은 지켜봤나.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첫 경기부터 진심을 담아 응원했다. 열심히 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동료들이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모두가 열정을 쏟았고, 혼신을 다했다. 물론 ‘내가 저기 있었다면’ 아쉬움이 없을 수 없었다.”

러시아월드컵에 출격한 대표팀의 왼쪽 풀백 자원은 박주호(31·울산 현대)와 김민우(28·상주 상무)였다. 공교롭게도 둘 모두 커다란 아픔을 겪었다. 박주호는 스웨덴과 대회 조별리그 1차전에서 허벅지 햄스트링을 다쳤고, 김민우는 치명적인 파울로 상대에게 페널티킥(PK) 찬스를 내줬다.

-박주호의 월드컵도 정말 짧았다.

“정말 우리 대표팀의 여정은 어려웠다. 월드컵 전부터 많은 동료들이 이탈했다. (이)근호 형, (염)기훈 형, (권)창훈이와 (김)민재까지 어려 명이 다쳤다. 특히 (박)주호 형이 다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무너졌다. 기분이 너무 안 좋았다.”

전북 김진수. 사진제공|전북 현대


-그라운드 밖에서 축구를 대하는 감정이 다를 것 같다.

“어릴 적에는 즐거움과 행복을 위해 축구를 했다. 그런데 지금은 가장으로서 책임이 크다. 그저 재미가 전부는 아니다. 더욱이 난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있지 않나. 앞으로 4년을 더 준비해야 한다. 아직 젊다. 한 번쯤 기회가 더 올 수 있다.”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에서 후배들이 우승했다.

“모든 경기를 지켜봤다. 평범한 팬의 입장에서 정말 열심히 응원했다. 그곳(인도네시아)에 A대표팀에서 함께 한 동기·선배들도 있고 우리 전북의 후배들(김민재, 장윤호, 송범근)이 있었다. 정말 축하한다. (내가 출전했고 우승한) 4년 전 인천AG가 많이 떠올랐다. 이번 대회 출전 선수들은 원정 우승이라 훨씬 어려웠을 것이다. 홀가분하게 커리어를 이어가게 됐으니 희생의 마음가짐을 갖고 더욱 성장하고 발전하길 응원한다.”


-앞으로의 4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길게 바라보고 있다. (최강희) 감독님도 ‘천천히, 원하는 데까지 가자’고 해주셨다. 당연히 월드컵 시즌이 가까워질수록 불안감은 있을 것 같다. 그 때는 8년 전과 4년 전의 악몽을 떠올릴 수 있다. 심리적인 영향을 줄여야 한다. 이제 2022카타르월드컵은 정말 마지막이다. 그 후에는 축구를 더 하고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다. 다음 4년을 위한, 지금이 축구선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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