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한 수 없이 화만 키우고 있는 KBO

입력 2018-09-0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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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선수의 병역 특례 논란 속에서도 KBO가 취하는 미온적 태도는 온 국민으로부터 날선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이 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정운찬(오른쪽) KBO 총재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 스포츠동아DB

KBO(총재 정운찬)는 5일 오전 짧은 보도자료 한 장을 내놓았다. 일파만파 커진 ‘병역특례 무임승차’ 논란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요지는 이렇다. ▲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 동안 국민들이 보내준 격려와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 향후 AG에 한해선 KBO리그 정규시즌을 중단하지 않고 ▲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와 공동으로 국가대표 선발 기준 및 규정을 새로 제정하겠다는 것이다.

여론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듯하다. ‘너무 늦었다’, ‘고작 이게 대책이냐’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시기와 내용 모두 부적절하고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사후약방문, 함량미달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자면 방식 또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가 사과를 의미하는 것인지 불분명할 뿐더러 사과(또는 해명) 기자회견까지는 고사하고 책임 있는 인사의 직접적 유감 표명 수준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서 병역은 폭발력, 휘발성이 큰 사안이다. 유력 대선주자의 발목을 잡아 끝내 쓰러뜨린 과거 사례도 있다. 상무·경찰청 야구단 입단 길을 스스로 끊은 LG 트윈스 오지환, 삼성 라이온즈 박해민이 AG 대표팀에 발탁된 뒤로 들끓기 시작한 비난여론은 병무청의 ‘체육특기자 병역특례 전면 재검토’ 방침을 이끌어냈다. 일부 야구선수들을 겨냥한 ‘병역특혜’ 논란은 이제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됐다.

병역특례의 대폭 축소 또는 폐지가 현실화되면 야구가 다른 종목들의 원성을 살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2008년 베이징대회를 끝으로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돼 AG 때만 한국선수단에 합류했던 야구가 대다수 비인기 아마추어종목에 큰 피해를 끼치게 됐다. 게다가 최근 수년간 표면화됐던 경찰청의 스포츠단 해체 움직임이 이번 사태로 인해 더욱 추진력을 얻게 됐다. 반면 KBO는 경찰청을 설득할 명분을 잃고 말았다.

현 상황은 KBO로선 사면초가임에 분명하다. 일종의 비상시국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대책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 때를 놓치면 얼마나 심각한 국면으로 내몰리는지는 작금의 사태로도 충분히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을 왜 뽑았는지 좀더 일찍 설명했더라면, 또 일이 커지기 전에 누군가 나서서 좀더 일찍 머리를 숙였더라면, 그래서 팬들의 분노를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릴 수 있었더라면 이 지경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KBO와 야구계는 화만 더 키우지 말고 결자해지의 자세로 수습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사태의 원인을 명확히 짚고 넘어가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함은 기본이다. 이는 괜스레 유탄을 맞게 된 타 종목과 분노하고 있는 팬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기도 하다.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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