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인권위까지 찾았던 한선태, 사상 첫 ‘비선출’ 야구선수 됐다

입력 2018-09-1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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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최초로 비선수 출신 야구선수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2019 신인드래프트에서 10순위로 LG 트윈스의 지명을 받은 한선태다. 한선태는 한국 독립야구단 파주챌린저스와 일본독립리그 도치기를 거치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사진제공|한선태

“LG 트윈스 지명하겠습니다. 일본독립리그 도치기 투수 한선태.”

1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새 역사가 쓰였다. LG는 10라운드에서 한선태(24)의 이름을 불렀다. 37년 KBO리그 사상 최초로 ‘비선수 출신’이 프로 유니폼을 입게 된 순간이다.

한선태는 8월 2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해외파 트라이아웃에서 처음 주목받았다. 최고 146㎞ 속구로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끌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엘리트 야구교육을 받지 않은 그는 파주챌린저스와 일본독립리그 무대에서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이러한 이력은 스카우트들에게 ‘긁어볼 만한 복권’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뜨거웠던 관심은 드래프트에서 ‘사상 첫 비선출 지명’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발표 직후 스포츠동아와 연락이 닿은 그는 “솔직히 9라운드까지는 긴장하지 않고 지켜봤다. 지명되더라도 10라운드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10라운드 지명 당시 LG가 타임을 걸고 잠시 고민했다. ‘설마’했는데 ‘일본독립리그’까지 불리는 순간 환호성을 질렀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선태의 KBO리그행은 불가능했다. KBO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이의 드래프트 참가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선태는 이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에 찾아가 자문을 구했다. “나도 한국 사람이고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KBO의 입장이 달라지지 않자 한선태는 일본프로야구(NPB) 진출을 꿈꾸고 일본독립리그 무대로 건너갔다.

하지만 지난 1월 KBO가 ‘많은 선수들에게 프로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이유로 규약을 수정했다. 한선태에게 비로소 길이 열린 것이다.

그에게 일본독립리그 무대를 소개해준 에이전시 ‘쇼케이 스포츠’ 김수인 대표는 “(한)선태가 비선출의 길을 열었다. 앞으로 나올 제2의 한선태를 위해서라도 그의 어깨가 무겁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파주챌린저스 이춘기 매니저 역시 “축하한다. 독립리그의 가능성을 프로에서 보여달라”는 격려를 보냈다. 한선태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최초로 뽑혔기 때문에 책임감이 크다. 최초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9월 말 귀국 전까지 ‘은인’ 도치기 김무영 코치와 지옥의 1대1 훈련을 펼칠 계획이다. 혹독한 훈련일정을 말하면서도 그의 목소리에는 행복이 묻어났다. 한선태는 “1군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 1차 목표다. 성공한다면 부상 없이 꾸준히 활약하는 걸로 목표를 상향 조정하겠다”며 “한국 최고 타자인 박병호 선배님과 상대해보고 싶다. 그 자체로 감개무량할 것 같다”고 멋쩍게 웃었다. 기적처럼 프로 유니폼을 입었지만 그의 기적은 이제 막 첫 발을 뗐을 뿐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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