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리뷰] ‘라이프’ 결말은 마이웨이? 마지막 20분이 모든 걸 박살냈다 (종합)

입력 2018-09-12 09: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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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결말은 마이웨이? 마지막 20분이 모든 걸 박살냈다

용두사미(龍頭蛇尾) 같은 결말이다. 병원 안팎의 권력 이야기를 묵직하게 다룰 줄 알았으나, 끝은 인물들의 ‘마이웨이’로 마무리됐다. 11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된 JTBC 월화드라마 ‘라이프’(극본 이수연, 연출 홍종찬 임현욱)의 이야기다.

이날 방송에서 상국대학병원 의료진이 화정그룹에 맞서 영리화를 막아냈다. 손발이 묶인 상황에 답답해하던 예진우(이동욱 분)는 구승효(조승우 분)에게 절박한 질문을 던졌다. 구승효는 “사장님 영혼은 누구 겁니까? 그것마저 재벌 회장이 쥐고 있습니까?”라는 예진우의 물음을 외면했다. 그러나 화정그룹 조남형(정문성 분) 회장을 찾아간 구승효는 민영화의 뜻을 꺾으려 설득에 나섰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조남형은 구승효를 총괄사장직에서 직위 해제했다. 구승효의 해고는 상국대학병원과 의료진의 목숨줄도 화정이 쥐고 있다는 일종의 경고였다.

걷잡을 수 없는 파문 속 강경아(염혜란 분) 팀장은 화정과 환경부 장관의 관계를 이노을(원진아 분)에게 전했다. “조회장을 누를 수 있는 사람한테 가져가죠”라는 예진우의 의견에 따라 오세화(문소리 분)와 주경문(유재명 분)은 환경부 장관을 찾아가 조남형이 병원 행정에서 손을 떼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위기에 몰린 조남형은 상국대학병원으로 달려왔다. 조남형과의 협상은 구승효의 몫이었다. 구승효는 조남형에게 송탄 부지에 국유지에서 쫓겨난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는 명분과 국유지와 환경부 장관 부모와의 관계를 패로 내밀었다. 이어 병원을 조각내지 말아 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민영화 계획을 멈춘 조남형의 “상국대병원? 10년, 아니 5년만 두고 봐”라는 말은 예언이자 확신이었다. 상국대학병원에서의 마지막 날, 의료진의 앞에 다시 선 구승효는 “(병원이) 얼마나 버틸 것인가? 기본이 변질되는 걸 얼마나 저지시킬 수 있을 것인가? 여러분 손에 달린 거겠죠 이제. 저는 제가 잠시나마 몸담았던 상국대학병원 지켜볼 겁니다”라는 당부를 남겼다. 구승효가 떠났어도 화정의 지배력은 여전했다. 후임 총괄사장으로 조회장의 동생이자 의사인 조남정(이준혁 분)이 취임했다. 화정에 끊임없이 대항해야 하는 숙제가 의료진에게 남았다. 그러나 구승효라는 강력한 항원이 지나간 자리에는 병원에 남아 신념을 지키기로 한 예진우 등 더 강력해진 항체가 병원을 지키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라이프’가 보여주려던 대형병원을 쥐고 흔드는 세력과 그들과 대치하는 이들의 갈등을 적절하게 그렸다. 문제는 그 뒤부터다. 추가로 편성된 약 20분 분량의 내용은 ‘라이프’가 보여주려는 메시지를 ‘박살’냈다. 뜬금없이 각 인물의 마이웨이, ‘소확행’(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 과정이 그려지면서 보는 이들에게 민망함을 안겼다. 검찰을 기존의 드라마와 다른 시각에서 다룬 ‘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의 차기작이라는 점에서 ‘라이프’에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는 듯했다. 하지만 결말은 ‘각자 인생 알아서 잘 살면 된다’는 내용으로 마무리했다. 16부라는 긴 스토리에 속된 말로 ‘무슨 의미가 있나, 내 인생 알아서 잘 살자’의 메시지만 담은 것이다.

병원은 사람을 고치는 곳이자, 죽어 나가는 곳이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권력 투쟁이 얼마나 한심한 것이고 잘못된 것인지 보여줄 거라 믿었던 시청자들은 배신당했다. ‘절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단순한 진리가 결말이 되고 말았다. 대체 ‘라이프’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나. 쓸데없는 러브라인을 완성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형제는 용감했고 행복했다’ 였을까. 오리무중, 엉망진창 결말이 ‘라이프’가 15회 동안 보여준 긴장감에 먹칠을 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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