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에드먼턴 트리오’ 정수빈∼박건우∼허경민(왼쪽부터)이 뭉치며 ‘압도적 1위’가 더 무서워졌다. 나란히 3할대 타율을 뽐내며 공수주에 걸쳐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내는 셋은 우승을 향한 매직넘버를 빠른 속도로 줄여내고 있다. 단독 선두 두산의 새로운 구심점이다. 스포츠동아DB
1990년. 세상을 향해 나란히 첫 숨을 뱉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 동갑내기 정수빈~박건우~허경민의 호흡은 2018년 초록빛 그라운드로 다시 모아졌다. 정수빈이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합류했고, 외복사근 손상으로 잠시 자리를 비웠던 박건우도 건강하게 돌아와 완전체가 됐다. 2008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을 합작한 셋은 정규리그 우승컵을 향한 두산의 매직 넘버를 빠른 속도로 줄여나가고 있다.
청소년 시절부터 운명을 함께했다. 입고 있는 유니폼은 달랐지만, 고교리그에서의 명성은 같았다. 안치홍(KIA 타이거즈), 김상수(삼성 라이온즈), 오지환(LG 트윈스) 등 출중한 기량을 지닌 여러 동기들 사이에서도 단연 보석처럼 반짝였다. 이들은 모두 에드먼턴 키즈다.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이대호(롯데 자이언츠)가 주축이 됐던 2000년 이후 두 번째로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챔피언에 오르며 일찍이 성공 가도를 예약했다.
공교롭게도 셋은 2009년 KBO신인드래프트를 통해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허경민이 2차드래프트 1순위, 박건우가 2순위, 정수빈이 5순위로 두산의 품에 안겼다. 당시 베어스는 팀의 ‘미래’를 이들에게 걸었다.
팀 특유의 전략적 선택도 한 몫 했다. 탄탄하게 자리 잡힌 1군 무대서 쉽게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허경민(2010년)과 박건우(2011년)는 시간 낭비 없이 일찌감치 병역 문제를 해결했다. 더욱이 경찰청에서 저마다 몇 단계씩을 성장해 돌아온 일종의 보너스도 있었다. 반대로 빠르게 팀 전력에 녹아든 정수빈은 박건우에게 외야 자리를 넘겨주고 2016시즌이 끝난 뒤 경찰청행 막차를 탔다. 팀으로서도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는 효과를 누렸다.
선수 생활의 절정기에 다시 모였다. 한국 나이로 29살. 셋은 체력과 야구 센스 및 기량 면에서 꽃이 만개할 때를 동시에 맞이했다. 나란히 3할대 고타율을 유지중인 허경민(0.331)~정수빈(0.370)~박건우(0.327)는 상·하위 타순으로 흩어져 팀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는 중이다. 김태형 감독도 “상위 타순에 박건우와 정수빈을 넣어도 좋고, 허경민~정수빈~박건우로 이어지는 타순도 괜찮다. 타선이 골고루 잘 쳐줘 라인업 고민이 없다”며 연일 싱글벙글이다.
동료들도 90년생 트로이카의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16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서 시즌 9승째를 거둔 입단 동기 유희관(32)은 “90년생 동기인 정수빈, 박건우, 허경민이 너무 큰 도움을 줬다. 정말 고맙다”고 이야기할 정도다. 2년만에 페넌트레이스 우승컵을 노리는 두산의 매직넘버는 이제 8. “빨리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짓겠다”는 정수빈의 다짐처럼 두산은 새로운 ‘믿을 구석’들을 등에 업고 우승을 향한 잰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두산, 그 뒤에는 90년생 트리오가 있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