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③] 지성 “지나친 겸손? 만족하고 싶지 않아요”

드라마 ‘킬미, 힐미’ ‘딴따라’ ‘피고인’ ‘아는 와이프’, 영화 ‘명당’까지 배우 지성은 그동안 정말 많은 캐릭터를 연기했다. 각기 다른 이야기와 사연을 가진 캐릭터, 그가 이런 캐릭터와 작품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전 제 주변 사람들을 챙겨도 늘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먼저예요. 행복이 풍족한 사람보다는 어려운 사람이 먼저죠. 그런 부분들은 영화 ‘명당’에서도 적용됐어요. 개인적인 인생사를 캐릭터에 함께하기도 했죠. 당시 시대에 아픈 사람들이 많은데, 왕족인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올바른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했을 거라고 보였죠.”

하지만 지성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자신의 연기에 대해 겸손하다. 지난해 SBS 연기대상을 받았을 정도로 많은 이들의 인정을 받았지만, 그는 이런 부분 역시 겸손하게 받아들였다.

“제가 대상을 받을만한 연기력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연기력으로는 많은 분들이 계시니까요. 전반적으로 이번에(올해) 제일 잘 한 것 같다고 박수를 받는 사람이 대상을 받는 것 같아요. 그게 제가 되면 감사할 따름이죠. 하지만 즐길 수는 없는 거고요.”


그가 이렇게 자신의 연기에 대해 겸손하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일을 하면서 워낙 상처받은 일이 많았어요. 근데 어려서부터 속상한 일이 있어도 ‘이 또한 먼지일 뿐이니 이겨내자’하고 살아와서, 동요될 문제는 아니었어요. 예전에 어떤 감독님은 저한테 연기를 왜 하냐고 하셨었어요. 제가 다시 연기를 하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하셨죠. 그래서 항상 매니저한테 객관적으로 말을 해달라고 하는 편이에요.”

“또 살아오면서 선배님들께서도 너무 겸손할 필요는 없다고 하시고, 가식적이라고도 하세요. 그걸로 인해서 고민한 적도 있어요. 근데 그게 저 거든요. 그래서 언젠가 부터는 그게 저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지나면 제 진심을 알아주겠지 하고요.”


이런 그에게 언젠가는 자신의 연기에 대해 만족하게 되는 날이 올 것 같냐고, 혹은 언제는 자신의 연기에 만족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전 만족하고 싶지 않아요. 저의 팬인 누군가가 제 마음을 공감해줄 때, 그들과 평생 살아가고 싶어요. 그래서 작품 결정도 조심스러워요. ‘킬미, 힐미’는 7가지의 인격을 연기하는 게 재밌었다기 보다는 캐릭터가 공감됐어요. 얼마나 아팠으면 싶었죠. 그래서 세상에 아픈 사람들을 대변하고 싶었어요. 너희들도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들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죠.”

“연기를 하면서 익숙해진 배우 생활이지만, 가장 어려운 것도 제 역할 같아요. 책임감을 갖자니 끝도 없고요. 뭘 즐겨야할 지도 모르겠어요. 정답도 모르겠고요. 단지 지금은 제 자식이 봤을 때 엄지손가락을 들었으면 좋겠어요(웃음).”

동아닷컴 최윤나 기자 yyynn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