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 끝낸 샌즈 “넥벤져스? 나는 토르가 되고 싶다”

입력 2018-09-29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넥센 샌즈.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넥벤져스’의 마지막 퍼즐이 채워지는 걸까. 넥센 히어로즈의 외국인 타자 제리 샌즈(31)가 KBO리그 적응을 서서히 끝내고 있다.

넥센은 28일 고척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9-8로 힘겹게 승리했다. 선발투수 제이크 브리검이 6.2이닝 4실점으로 버텼고, 타선이 2-2로 맞선 5회 대거 5득점으로 지원했다. 불펜이 꾸준히 실점했지만 역전까지는 허락하지 않았다. 넥센은 최근 3연패에서 벗어나며 3위 싸움에 다시 뛰어들었다.

샌즈도 힘을 보탰다. 0-1로 뒤진 1회 1사 1루, 롯데 선발 브룩스 레일리 상대로 우월 큼지막한 투런포를 때려냈다. 바깥쪽 높게 들어온 투심(143km)을 놓치지 않았다. 레일리는 5회 수비 집중력 난조로 대량실점 했을 뿐, 4회까지 샌즈의 투런포를 제외하면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 초반 팽팽한 승부를 펼치게 만든 한 방이었다.

넥센 샌즈.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 첫 경기부터 ‘원 팀’의 의미를 이해한 샌즈

넥센은 부진과 아집에 동시에 빠진 마이클 초이스를 방출하고 샌즈를 데려왔다. 샌즈는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직전인 8월 16일 잠실 두산전에서 선을 보였다. 데뷔전에서 대타로 나서 안타를 뽑아냈다. 이때 넥센의 상징인 ‘원 팀 세리머니’를 했다. 먼저 적응하고자 다가간 태도였다.

한 경기 출장 후 3주간의 휴식기. 새 얼굴에게는 ‘잘해야 한다’는 초조함이 가득할 때다. 장정석 감독은 샌즈를 서머리그 전 경기에 출장시키며 배려했다. KBO리그 적응을 돕기 위한 선택이었다. 샌즈는 “서머리그가 많은 도움이 됐다. 이적 과정에서 행정적인 절차 등으로 약 2주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서머리그 덕에 감각을 되찾았고, 한국 투수들의 투구 패턴 등도 익혔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적응은 쉽지 않았다. 샌즈는 리그 재개 직후 12경기에서 타율 0.175, 2홈런, 8타점에 그쳤다. 하지만 사령탑의 믿음은 변하지 않았고, 샌즈는 기지개를 켰다. 이후 7경기에서 타율 0.385(26타수 10안타), 4홈런, 14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조금씩 KBO리그 적응을 마치고 있는 모양새다. 샌즈는 “분명 미국과 투구 패턴들이 다르다. 이를테면 변화구 비중 등이 그렇다. 하지만 조금씩 눈에 익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넥센 샌즈.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 장타+수비=PS 비밀병기를 기대한다

또 하나의 장점은 수비 능력이다. 샌즈는 메이저리그 5시즌 통산 127경기에 나서 855.2이닝을 소화하며 단 하나의 실책도 기록하지 않았다. 우익수로서 339이닝에서 기록한 UZR(리그 평균 대비 수비로 막아낸 점수)은 4.6으로 준수했다. 장정석 감독은 “표본이 너무 적은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도 “타구판단 능력이 좋다. 걸음이 빠르지 않은 데도 호수비를 해내는 것은 오롯이 판단 능력 덕분이다. 펜스 플레이에서도 센스가 있다. 대니 돈이나 초이스보다 수비는 훨씬 낫다”고 평가했다.

넥센은 이정후~박병호~김하성~김민성 등 토종 강타자 라인을 갖췄다. 하지만 두산과 더불어 외국인 타자와 연을 맺지 못했다. 샌즈에게 바라는 것은 일발장타다. 로-파워(Raw-power·선천적인 힘)는 초이스에 비해 떨어지지만, 배트에 맞춰 넘길 수 있는 능력은 조금씩 증명하고 있다.

“단기전에서는 한 방을 갖춘 선수가 절실하다. 분위기 반전에 제 격이기 때문이다. 샌즈의 최대 매력 포인트가 바로 이 지점이다. 기대를 하고 있다.” 장정석 감독의 평가다.

넥벤져스의 일원으로 거듭나며 포스트시즌 비밀병기가 될 수 있을까. “우리 팀에 넥벤져스라는 별명이 있는 줄 몰랐다. 흥미롭다. 그렇다면 난 토르가 되고 싶다. 넥센이 20경기 안팎의 성적을 기대하고 나를 데려온 것은 아닐 것이다. 포스트시즌에서 활약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 장타와 수비력으로 팀 승리에 보탬이 되고 싶다.” 샌즈의 바람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느낌은 나쁘지 않다.

고척|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