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여자부 개막특집 ① GS 칼텍스

입력 2018-10-14 17: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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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전지훈련. 사진제공|GS칼텍스

GS칼텍스는 차상현 감독 체제 이후 용감하게 팀의 체질과 경기스타일을 바꿔왔다. 덕분에 선수단은 젊어졌고 플레이는 빨라졌다. 승패를 떠나 상대팀들에게 “가장 경기하기 까다로운 팀”이라는 인식을 꾸준히 심어주고 있다.

지난 시즌 세네갈 국적의 파토우 듀크를 선발해 높이 올려놓고 때리는 배구가 아닌 낮고 빠르게 움직이는 배구를 시도했다. 잘 받아서 올려주는 선수들의 빠른 반응속도와 잘 짜여진 수비조직력으로 팬들에게 고급스러운 배구를 선사했다. 6월에는 주전세터 이나연을 트레이드하고 이고은을 영입했다.

새로운 팀컬러를 입히는 작업의 완성이었다. 보령 KOVO컵에서 차상현식 GS칼텍스 배구의 장점은 잘 발휘됐다. KGC인삼공사와의 결승전 5세트에 나온 2개의 포지션폴트 탓에 우승컵은 내줬지만 뛸 선수가 모자란 악조건에서 만든 결과였다. 새 주전세터 이고은의 능력도 확인했다.

이런 기대감을 안고 9월 26일부터 10월 2일까지 일본 전지훈련도 다녀왔다. 4차례의 연습경기를 통해 할 때마다 더 탄탄해지는 조직력을 완성해간 것이 감독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김용희 사무국장은 “처음에는 덜커덕거렸는데 우리 선수들이 일본배구의 빠른 스타일과 수비조직력을 경기하면서 빨리 배우고 따라했다. 마지막에는 대등했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GS칼텍스 전지훈련에서 강소휘(가운데). 사진제공|GS칼텍스


● 최고의 윙스파이커 4개의 구슬을 어떻게 엮을 것이냐

GS칼텍스의 장점은 풍부한 날개공격수다. 지난해 대표팀에서 당한 무릎부상으로 시즌을 거의 통째로 쉬었던 이소영이 코트로 돌아왔다. KOVO컵에서 건재를 확인했다. 안타깝게도 세계선수권대회 첫 경기를 마치고 또 부상을 당했지만 다행히도 이번에는 무릎이 아니라 발목이다. 운이 따르지 않지만 개막까지는 잘 조절해서 출장도 가능하다.

강소휘는 이제 V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다. 입단 첫 해부터 두려움 없는 공격을 해오더니 지금은 토종선수 가운데 가장 2단볼을 잘 다룬다. 배구공을 올라타서 때리는 듯한 스파이크에 상대팀 감독과 구단관계자 모두 탐을 낸다.


코트에서 배구하는 것이 즐겁다는 낙천적인 마인드와 공격실패에도 위축되지 않는 적극성에 더해 노력도 많이 한다. 지난 9일 도로공사와 4세트 연습경기를 마친 뒤에도 추가훈련에 참가했다. 경기에서 나온 부족한 모습을 보완하기 위한 훈련에서 강소휘는 열외였지만 자청했다. 이런 적극성을 차상현 감독은 좋아한다. 지난 시즌 토종선수 가운데 공격성공률 1위를 기록했던 강소휘는 내심 이번 시즌 역대급의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

이번 시즌을 마치면 FA가 되는 표승주도 있다. 지난 시즌 막판 부상을 당했지만 빨리 몸을 회복했다. KOVO컵에서 보여준 파괴력과 승부근성은 여전했다. 여기에 신인드래프트에서 고교최고의 윙스파이커 박혜민을 영입했다. GS칼텍스의 전력구성으로 봤을 때 최고의 선택은 MB였지만 구슬이 도와주지 않았다. 결국 박혜민은 3명의 언니들과 치열한 자리경쟁을 해야 한다.

이처럼 좋은 선수가 같은 포지션을 놓고 경쟁하면 좋은 면도 있지만 모두가 불만을 갖는 상황도 생긴다. 차상현 감독의 용병술과 4명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대화의 기술이 필요한 때다.

GS칼텍스 전지훈련에서 알리(맨 왼쪽). 사진제공|GS칼텍스


● 새 외국인선수 알리의 능력을 살리기 위한 플레이 필요

GS칼텍스는 OPP가 서브 리시브에 가담하는 포메이션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몰도바 국적의 새 외국인 선수 알리(알리오나 마르티니우크)는 처음 팀에 참가했을 때는 걱정거리였지만 차츰 신뢰감을 주고 있다. 다양한 리그에서 뛴 선수답게 뭘 해야 하는지 아는 선수다. 일본 전지훈련 때는 아직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주전세터 이고은의 빠르고 낮은 연결과는 박자가 맞지 않는 모습도 노출했다. 하지만 9일 도로공사전에서 보여준 기량은 달랐다.

이고은의 무릎부상으로 안혜진이 대신 출장한 경기에서 안정적인 기량을 보여줬다. 자신에게 책임을 지워주듯 높게 올라온 공을 때리는 능력이 눈에 띄었다. 기계적으로 돌아가는 팀플레이 스타일에 맞지 않아보였던 그가 가진 장점을 살리는 플레이로 전환하자 알리는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변수는 이고은의 부상이다. 만일 무릎이상이 예상보다 심각할 경우 차상현 감독은 안혜진을 축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GS칼텍스 차상현 감독. 사진제공|KOVO


● 가슴을 열고 선수들과 대화하고 신나는 분위기를 깔아준 감독

차상현 감독은 선수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선다. 특히 웜업존에서 고생하는 선수들에게 많은 관심을 쏟는다. 경기대 시절 모든 것을 갖춘 선수였고 큰 현찰가방을 받고 삼성화재에 입단했던 좋은 때도 있었다. 하지만 신진식 석진욱 등에 밀려 주전으로 뛸 기회는 적었다. 비주전의 설움을 알기에 이들과의 공감에 더 신경을 쓴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수석코치로 선수들과 많이 부대끼고 땀으로 다양한 기억을 쌓아왔기에 선수들이 스스럼없이 접근한다.

배구기술은 물론이고 다양한 주제로 감독 방을 찾는 선수들도 많다. 마치 세상에 큰 일이 난 것처럼 울면서 온 선수들의 말도 모두 다 들어주면서 그는 새삼 여자감독이 어렵다는 것을 실감한다. “내 가족에게 이렇게 정성을 다했으면 정말 집에서 대접받았을 것”이라는 차 감독은 “여자선수는 가슴으로 대화해야 한다. 서로의 신뢰가 있으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코트에서 누구보다 즐겁게 경기하도록 자리를 깔아주는 감독 덕분에 GS칼텍스는 이번 시즌도 신바람을 내려고 한다. 실력 한두 장 차이의 V리그에서 팀의 사기와 선수들의 신바람은 승패의 중요한 변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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