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보며 형의 가을 응원하던 최항, 이제는 주인공으로

입력 2018-11-0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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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최항. 스포츠동아DB

형제가 같은 업계에 종사할 경우, 동생이 형의 그림자를 넘는 경우를 찾기란 쉽지 않다. 야구계에서도 마찬가지, ‘형만한 아우 없다’는 말이 격언처럼 통하는 이유다. 거기에 형이 국가대표 3루수 최정(31·SK 와이번스)이라면? 난이도는 몇 배다. 하지만 최항(24·SK)은 형의 그림자를 자신의 손으로 지워가고 있다.

SK는 2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플레이오프(PO) 5차전에서 연장 10회 승부 끝에 11-10으로 승리했다. 한동민의 끝내기 홈런이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경기의 홈에서 열린 1~2차전을 모두 승리하고도 3~4차전 분패로 벼랑 끝 승부가 펼쳐졌지만, 마지막 순간 웃었다. SK는 4일부터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KS)를 치른다.

비록 한 타석이었지만 최항도 빛났다. 최항은 3-3으로 맞선 6회 2사 만루, 허도환 타석에 대타로 나와 우중간 완전히 가르는 3루타를 때려냈다. 대타 카드의 완벽한 적중이었다. 비록 역전을 허용했지만, 최항의 적시타가 아니었다면 SK가 연장까지 승부를 끌고 가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PO 1차전에 앞서 데뷔 첫 포스트시즌(PS)을 치르는 최항을 만났다. 최항은 “솔직히 긴장이 된다. TV로만 보던 가을야구에 뛸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형이 PS에서 뛰던 걸 보고 응원하던 기억이 선명하다”고 회상했다.

최정은 2007년 한국시리즈를 시작으로 SK의 가을 역사를 모두 함께했다. 통산 PS 54경기에서 타율 0.286, 7홈런, 25타점을 기록했다. 2007, 2008, 2010년 우승반지를 끼며 왕조 구축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최정이 가을야구에서 펄펄 날 때 일곱 살 터울 동생 최항은 학생이었다. 야구 선수의 꿈을 키우던 최항이 TV로 지켜본 PS의 최정은 그렇게 멋있을 수 없었다. 최정은 “평소 하던 대로 하면 된다”는 조언을 최항에게 건넸다.

최항은 PO 4차전 대타로 첫 PS를 경험했다.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그 자체로 많은 것을 느낀 최항이다. “똑같은 상황인데도 압박감이 달랐다. 다시 기회가 올지 모르겠지만 조금은 다른 결과를 보이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기회가 왔고, 최항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안우진이 제대로 떨어뜨린 유인구를 끝까지 컨택해 우중간을 완전히 갈랐다. 최항이 정규시즌 내내 보여주던 정확한 컨택이었다. 최정의 조언처럼 ‘하던 대로 한’ 결과다.

리그 최고 3루수의 그림자를 지우는 것은 그 자체로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최항은 조금씩 이를 해내고 있다. 이제 ‘최정 동생’ 최항이 아닌, ‘SK의 미래’ 최항이다.

인천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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