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타점에도 못 웃은 최주환, 3타점으로 비로소 웃다

입력 2018-11-05 21:59: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2차전 경기가 열렸다. 4회말 무사 2루에서 두산 최주환이 SK 선발 문승원을 상대로 우월 투런 홈런을 쏘아 올린 뒤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잠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3타점으로 펄펄 날았지만 팀 패배 탓에 제대로 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최주환(30·두산 베어스)에게 주전으로 처음 맞이하는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의 출발은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뜨거운 타격감을 앞세워 스포트라이트를 기어코 자신 쪽으로 옮겨왔다. 비로소 마음껏 미소 지은 최주환이다.

두산은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한국시리즈(KS) 2차전에서 승리했다. 전날(4일) 1차전 3-7 분패를 씻은 두산은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렸다. 승리 일등공신은 최주환이었다. 6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한 최주환은 4타수 3안타(1홈런) 3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이틀 연속 3타점으로 KS 2경기 만에 6타점을 쓸어 담았다.

2006년 두산에 입단한 최주환이 만개하기까지는 13년이 필요했다. 타격 능력은 인정받았지만 수비에서 제 포지션을 찾지 못하며 백업에 그쳤다. 하지만 최주환은 “2군에서 머물며 2000타석 넘게 들어섰다. 그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최주환은 올 정규시즌 138경기에서 타율 0.333, 26홈런, 108타점을 때려냈다. 7홈런·57타점이 커리어하이였던 최주환은 서너 계단을 한 번에 뛰어넘었다.

주전으로 맞이하는 KS는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해에도 129경기에 출장했지만 막상 KS에서는 벤치에 머무는 시간이 길었다. 결국 아쉬움 속에 KIA 타이거즈의 우승을 지켜봐야 했다. 바뀐 입장에서 맞이한 4일 1차전에서도 3타점 맹타를 때려냈지만 동료들은 잠잠했고, 팀의 득점을 모두 자신의 손으로만 올린 채 울분을 삼켜야 했다.

2차전에 앞서 만난 최주환은 “팀이 이겼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도 이내 “우승까지는 4승이 필요하다. 1차전은 잊고 오늘 잘 하면 된다. 정규시즌 1위 팀답게 하겠다”고 각오했다. 1차전 자신의 활약이 묻힌 것은 아쉽지만, 이를 언제든 재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린 발언이었다.

이는 허언이 아니었다. 최주환은 팀이 2-0으로 앞선 4회, SK 선발 문승원의 속구(143㎞)를 잡아당겨 달아나는 투런포를 때려냈다. 복판에 몰린 속구를 힘껏 잡아당긴, 배트 스피드가 빛났던 스윙이었다. MBC스포츠플러스 정민철 해설위원이 “비록 하위타선에 머물고 있지만 지금 당장 4번타순에 배치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칭찬할 만큼 타격감이 뜨겁다.

최주환은 4회 투런포를 때려낸 뒤 잠시간 배트를 들고 뛰었다. 타구가 담장 밖으로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배트를 놓으며 1루쪽 덕아웃을 가리켰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타석보다 더 익숙했던 자리다. 이제 최주환은 두산의 어엿한 핵심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