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을 날의 동화’. 사진제공|IMDB
이 가을, 애틋한 멜로영화가 보고 싶어지는 시기다. 갑자기 불어오는 찬바람, 왠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지는 시기여서일까. 가을을 배경으로 하는 사랑영화도 꾸준히 이어진다. 여러 작품이 있지만 요즘 통 큰 기부를 결정해 곳곳에서 미담을 만들어내는 홍콩배우 저우룬파(주윤발)가 주연한 ‘가을 날의 동화’가 더 궁금하다.
1987년에 제작된 영화는 국내서는 1989년 개봉했다. 저우룬파가 ‘영웅본색’ 시리즈를 통해 한창 주가를 높이던 때이다. 당시 홍콩의 액션 느와르 장르를 대표하는 스타로 군림하면서 트렌치코트의 깃을 세운 채 담뱃불 붙이던 그의 모습이 익숙하지만 ‘가을 날의 동화’에선 사뭇 다른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영화의 배경은 미국 뉴욕. 남자친구와 미국 유학길에 오른 주인공 제니퍼는 먼 친척뻘인 선장의 집에 머문다. 선장은 실연의 아픔을 겪은 제니퍼를 곁에서 위로해주고, 그렇게 두 사람은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머뭇거리면서 운명 같은 시간에 빠져든다. 저우룬파는 선장 역을 맡았고, 1980년대 ‘아시아의 마릴린 먼로’로 불린 중추훙(종초홍)이 제니퍼 역을 소화했다. 두 사람은 1991년 ‘종횡사해’ 남녀 주연으로도 나섰다.
액션이나 느와르 영화에서 저우룬파는 너무나 친숙하다. 반면 절절한 사랑이야기 속 그는 상대적으로 낯선 게 사실. 때문에 ‘가을 날의 동화’는 오히려 저우룬파의 진가와 매력이 더욱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세상에 나온 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저우룬파의 오랜 팬들이 어김없이 꺼내는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동시에 저우룬파가 연기력을 입증한 영화로도 기억된다. 그는 1987년 이 작품을 통해 중국어권 주요 영화제인 금마장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