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한동민.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SK 트레이 힐만 감독은 페넌트레이스 92경기에서 한동민을 2번 타자로 기용했다. 41홈런(리그 5위)을 때려냈을 정도로 가공할 장타력에 출루 능력까지 두루 겸비하고 있어서다. 올 시즌 타율 0.284를 기록하면서 출루율은 0.367로 8푼 이상 높았다. 장타율과 출루율을 더한 OPS도 0.968로 팀 내에선 제이미 로맥(1.001) 다음으로 높았다. 팀 역사상 한 시즌 개인 최다 타점(115타점)을 달성했고, 2번 타자로는 리그 최다 96타점을 올렸다. 득점도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97점을 기록했다.
포스트시즌(PS) 초반에는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자신의 첫 플레이오프(PO) 무대에서 타율 0.143으로 힘을 쓰지 못했다. 타격감이 좋지 않았던 까닭에 아웃카운트가 불리한 상황에선 공을 커트해내며 어떻게든 투수를 괴롭히려 했다. 적극적인 슬라이딩으로 유니폼이 더럽혀지는 일도 많았다.
PO 5차전서는 0-3으로 뒤진 6회 6구까지 이어진 싸움 끝에 2루수 실책으로 출루에 성공했다. 후속 타자인 로맥의 홈런으로 홈을 밟았는데, 덕아웃에 돌아간 뒤 로맥은 한동민에게 “네가 앞에서 끈질기게 투수를 괴롭혀준 덕분에 홈런을 쳤다”고 했다. 이를 두고 한동민은 “그 말이 정말 고마웠다. 잘 안 맞더라도 땅볼을 쳐서 악착같이 뛰어 살 수도 있다”고 했다. 그만큼 출루 의지가 강했다. 한동민은 끝내기 홈런을 터트린 이날 10회에도 0B2S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출발했고, 9구 승부 끝에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한국시리즈(KS) 1차전까지 3연속경기 홈런포를 가동하는 등 타격감이 되살아난 뒤에도 득점을 우선시하고 있다. 1차전에선 1회부터 홈런으로 산뜻하게 출발했고, 6~7회 연달아 볼넷으로 출루하며 2득점을 올렸다. KS 2경기에서 기록한 출루율도 팀 내 가장 높은 0.444다. 한동민은 “2번 타자가 그런 것 아니겠나. 볼카운트가 몰리면 콘택트에 중점을 뒀다. 상황에 따라 진루타를 치고, 볼을 잘 골라 출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전감각을 회복하며 상황 대처능력까지 향상한 덕분일까. 한동민은 투수들이 승부하기에 더욱 까다로운 타자가 됐다. 이미 무서운 타자인 한동민의 성장이 아직도 진행중이라는 의미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