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하는 드라마에서는 늘 사랑을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실제로는 마음에 둔 여성에게 속 시원하게 고백 한 번 해본 적 없다는 김선호. 하지만 이제부터 “사랑에 과감하게 나서고 싶다”고 했다. 사진제공|솔트엔터테인먼트
연극만 하다가 ‘김과장’으로 TV 데뷔
낯선 환경에 처음엔 도망가려고 했다
주변 응원 덕분에 카메라에 익숙해져
시청자가 좋아해도 내 연기 만족 못 해
연극에서의 많은 경험, 내겐 큰 자산
연기자 김선호(32)가 주목받기 시작한 때는 1년6개월 전이다. 지난해 3월 인기리에 종영한 KBS 2TV 드라마 ‘김과장’에서 어리바리하지만 성실한 경리부 사원 역을 맡아 시청자의 눈도장을 받은 그는 그 같은 영광이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드라마와 자신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그렇듯 인생은 예측불가. 결과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김선호는 최근 화제 속에 막 내린 tvN ‘백일의 낭군님’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재수가 너무 좋았다. ‘김과장’ 이후 ‘최강 배달꾼’으로 바로 주인공을 맡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투깝스’도 마찬가지이고. 사실 ‘김과장’과 ‘투깝스’ 오디션 때는 다른 배역이었는데, 최종적으로 주인공이 된 것이다. 그리고 ‘백일의 낭군님’은 처음으로 오디션을 보지 않고 출연이 결정됐다. 쉬지 않고 매번 다른 캐릭터로 연기할 수 있음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김선호는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주위에서 용기와 자신감을 북돋아줬기에 도망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2012년 서울예술대학 방송연예과를 졸업한 그는 서울 대학로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하다 ‘김과장’을 통해 처음으로 TV 연기를 경험했다. 실시간으로 관객과 소통하며 연기하는 느낌과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차이가 컸다.
“연기 자체는 같은데 방식이 다르더라.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눈치를 많이 보게 되더라. 현장 분위기도 낯설어 ‘김과장’ 끝나고 드라마를 못 할 것 같았는데 주변에서 ‘도망가는 것밖에 더 되는 것 아니냐’는 말에 힘을 얻었다. 지금은 제작진 의도를 한 번에 이해할 만큼 익숙해졌다.”
tvN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에서의 김선호. 사진제공|tvN
그러나 익숙함은 그에게 또 다른 숙제를 안겨줬다. 카메라 앞에 서는 낯섦을 떨쳐냈더니 연기에 대한 즐거움을 잠시 놓치는 순간이 찾아왔다. 100% 사전 제작방식의 ‘백일의 낭군님’을 촬영하며 연기를 즐기지 못하고 일처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마치 회사원처럼 기계적으로 “촬영장을 출퇴근”하는 느낌을 받았다.
“좋아서 하는 일인데 어느 순간 일로 하고 있더라. 더위 핑계로 연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지 못한 것 같다. 사전 제작으로 편집 영상을 못 보는 상황이어서 제 연기에 자신이 서지 않았다. 그때 그 연기가 잊혀지지 않아 방송을 앞두고 당시 촬영 장소를 여행하며 좋은 기억으로 새겼다. 하하! 고마운 줄 몰랐던 저를 자책하며 새로 다짐하면서 털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좋지 않은 기억을 무리하게 좋게 만들려는 수고를 조금씩 덜어내려고 하고 있다. 김선호는 “반성하고 실력을 쌓는 것도 분명 좋지만 자신감이 없으면 시도조차 할 수 없지 않나. 제가 바라보는 게 전부가 아닌 것 같다. 주변의 반응에 귀 기울이고 스스로를 믿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시청자가 만족해도 “제 기준에서 끔찍하게 못하는 건 고개 숙이고 봤다”며 머쓱 웃는 김선호는 “연기는 요령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있는 게 좋은 것도 아닌 거 같다”면서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 해법을 김선호는 연극무대에서 찾고 있다. ‘연애의 목적’ ‘옥탑방 고양이’ ‘트루웨스트’ ‘클로저’ ‘뉴 보잉보잉’ 등을 포함해 지난해 무대에 오른 ‘거미여인의 키스’까지 그에게 공연은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 드라마 연기를 하는 데 있어 무궁무진한 자양분이 되고 있다.
“연극은 오랜 기간 연습을 통해 완벽한 상태로 무대에 오른다. 드라마는 상황에 따라 빠른 시간에 대사를 외워야 하기도 한다. 순간적으로 대본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연극에서 경험한 다양한 캐릭터와 설정 등이 많은 도움이 된다. 연극에서의 많은 경험은 저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연기자 김선호. 사진제공|솔트엔터테인먼트
김선호는 연기도, 인생도 언제나 돌다리 건너듯 조심스럽게 마주한다.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무리하게 시도하지 않는다. 혹여 실패했을 때 상처의 크기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인 셈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짝사랑을 하면서 단 한 번도 고백을 해본 적이 없다는 그가 사랑 앞에서는 과감하게 나서고 싶다고 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좋아하는 여성과 ‘썸’을 타다가도 연락이 잘 닿지 않아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제는 (당당하게 고백하려고)노력하려 한다. 하하!”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