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 이상벽X오영실X허참 美친 입담, 레전드 맞습니다
‘내공충만’ 20세기 전설의 MC들이 21세기 예능을 집어삼켰다.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디오스타)에 김국진, 윤종신, 김구라, 차태현 4MC들을 꼼짝 못하게 만든 전설의 MC군단이 떴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자타공인 최고의 MC 이상벽, 오영실, 허참과 열정만은 전설급인 붐이 쉴 틈 없는 에피소드와 놀라운 입담으로 시청자들의 웃음보를 건드리며 혼을 쏙 빼놨다.
7일 방송된 ‘라디오스타’에는 ‘20세기 MC’ 특집으로 1990년대를 평정한 간판 MC 이상벽과 51년차 국민MC 이상벽, 데뷔 41년차 허참, 아나테이너의 원조 오영실, 붐이 출연해 4MC들을 쥐락펴락했다.
등장과 동시에 ‘라스’의 MC 전원을 기립하게 만든 이상벽과 오영실, 허참은 오랜 경력에 비례하는 토크보따리의 끈을 열며 쉼 없는 웃음의 시작을 알렸다. 이상벽은 연예인으로 드물게 연예부 기자 출신임이 알려지면서 눈길을 끌었으며, 허참의 경우 이상룡이라는 본명 대신 허참이라는 예명을 쓰게 된 사연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각자의 과거 이야기를 이어나가다 토크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전국노래자랑’으로 넘어갔다.
이날만큼은 천하의 김구라 마저 순한 양이 돼 있었다. 평소라면 공격을 했을 MC들이지만 이야기가 흥미진진할 뿐 아니라, 대선배님들 앞이라 잠자코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참다못한 김국진이 “제발 사연 말고 오프닝만 해 달라. 우리는 그냥 ‘몇 대 몇’과 같은 이런 추억을 듣고 싶은데 정작 그건 안 해줬다”고 현 MC의 울분을 터뜨려 시청자들을 폭소케 만들었다.
이상벽, 허참 모두와 진행 호흡을 맞춰 본 바 있는 오영실 또한 에피소드를 대방출했다. 오영실은 “여자들이 들어가면 여자는3 남자를 7로 하라고 아니운서실에서 배웠다. 허선생님과 할 때는 나도 말을 하려고 하면 딱 손으로 말렸다. 저는 예뻐서 손으로만 했지 소문에 언니들은 발을 밟기도 했다고 하더라”며 “이건 내가 해야 웃길 타이밍이 있는데, 복식 진행이 원래 더 어렵지 않느냐. 녹화진행 중이니 수신호를 하는 거다. 어떤 선배언니는 ‘얘 발을 밟더라’라고 했다”고 폭로해 박장대소케 했다.
이어 이상벽에 대해서는 “라디오를 오래 했었다. 이금희씨하고 워낙 오래해서 호흡이 잘 맞지만 저는 예민하지 못하니 중요한 타이밍에 내가 막 떠들면 선배님 눈빛이 싸늘하다”고 말했다.
이상벽은 “오프닝 멘트를 내가 했다. 내가 던지면 기가 막히게 받는 사람들이 정은아, 이금희다”고 해명했다. 이상벽의 말에 울컥한 오영실은 “저랑은 혼자 하는 게 편하다고 하고, 정은아와 이금희는 땅에 떨어지는 것도 받는다고 하느냐”고 대흥분해 폭소케 했다.
‘아침마당’을 11년간 진행해 왔던 이상벽은 그로 인해 생긴 곤란한 점들을 털어놓았다. 이상벽은 “화면에서 비춰진 모습은 왠지 인정도 많을 것 같고 뭐든지 다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았던 이미지였나 보다. 그래서 중매서달라고 하든가, 취직 시켜달라고 하는 분도 계셨고, 어떤 분은 ‘내가 생을 마무리해야 할 것 같은데 우리 딸이 고등학교 2학년인데 딸의 장래를 책임을 져 달라’고 부탁하더라. 이상벽 없는 샘치고 보내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허참은 자신이 가꾸는 텃밭에서 “고추가 거꾸로 서서 자란다”고 하는가 하면 닭이 칠면조만한 계란을 낳았다고 말하는 등 쉽게 믿기 힘든 사실들을 전해 어딘가 익숙한 ‘이계인의 향기’를 뿜어 재미를 선사했다. 그런가 하면 ‘가족오락관’ 도중 이구동성으로 ‘왁자지껄’을 하다가 19금 단어가 튀어나오고 만 ‘역대급 방송사고’를 언급해 출연자들의 배꼽을 잡게 만들었다.
‘성상담’ 1인 방송을 준비 중이라고 고백한 허참은 ”남성이나 여성이나 똑같다. 성에 대한 정보 정보가 부족해서 어떻게 하면 완성된 성을 알려줄 수 있을까 싶었다“며 ”전문가와 함께 건강정보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에 대한 향수로 ‘아침마당’을 그만둔 뒤 사진작가의 길을 걷게 된 이상벽은 나무와 친숙해 사진만 봐도 어떤 나무인지 맞출 수 있다고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MC들이 준비해온 나무 사진 전부 못 맞히는 반전을 보여줬고, 이를 지켜 보던 허참은 “내가 초창기에 농사 시작할 때 나무전지를 하는데, 이상벽이 보더니 ‘그렇게 하는 거 아냐’라면서 대신 해줬다. 그 나무 죽었다”고 폭로해 현장을 웃음으로 물들였다.
이 외에도 녹화시간을 정확하게 끝냈던 레전드 MC들의 명진행 실력과 더불어 이상벽은 방송을 위해 작가가 써준 대본을 직접 자필로 옮겨 쓰는 노력들이 되면서 깊은 울림을 안겼다. 허참은 입담 외에도 수준급 그림실력과 가창력을 자랑해 박수를 이끌어 냈다.
대선배들의 활약에 막내인 붐을 비롯해 MC들은 제대로 된 입도 떼지 못하고 이야기 듣기에 급급했다. “과연 이 자리는 누구의 자리일까 궁금했다. 제가 너무 급하게 온 느낌”이라고 말한 붐은 자신의 개인기와 더불어 MC들의 별명을 붙여주면서 반짝이는 센스를 발휘했다.
시작부터 예의 바르게 선배들을 챙기며 예쁨을 독차지한 붐은 눈물의 VJ활동기와 더불어 아이돌들 사이 유행으로 번진 ‘시그니처 마이크’와 신인상을 받는 예능인들의 필수품이 돼 버린 ‘시상식 플래카드’를 최초로 만들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런가 하면 자신의 운세와 맞춰 흥하고 시든 금전수에 대해 언급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시청률 역시 전주 대비 상승했고 이날 최고의 1분은 이상벽이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이상벽이 나무 퀴즈에 쩔쩔 매는 모습이 7.2%(닐슨 수도권)를 기록하며 이날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