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빅 히어로] ‘베어스포티비’ 차민호 PD “두산의 황금기 담을 수 있어 영광”

입력 2018-11-12 16: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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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스포티비 차민호 PD가 그라운드에서 촬영 중인 모습. 사진제공|차민호 PD

두산 베어스는 2015년부터 4연속시즌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무대를 밟았다. 2010년대 중반 KBO리그 최강팀은 명실 공히 두산이다. 두산 팬들은 우승 장면은 물론 그 뒤에 숨은 이면까지 온라인으로 지켜볼 수 있다. 구단 자체 방송인 ‘베어스포티비’ 덕분이다. 자판기처럼 영상을 쏟아낸다는 의미에서 ‘차판기’라는 별명이 붙은 차민호(31) PD는 그 일등공신이다.

두산은 2015년부터 중계방송사 ‘SPOTV’와 계약해 구단 자체 방송 베어스포티비를 설립했다. 그 전까지 영상 콘텐츠는 구단 직원들이 간단히 영상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체계적인 구단 자체 방송 도입은 두산이 처음이었다. 차 PD는 그때부터 두산과 연을 맺었고, 구독자와 콘텐츠 개수 등 각종 지표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경기내용은 물론 덕아웃에서 선수들의 사소한 표정, 경기 후 특별타격훈련 등 팀의 일거수일투족이 영상화됐다. 처음에는 선수들의 거부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차 PD는 “팬 대표로서 그들이 보고 싶은 걸 찍자. 틀에 박힌 것은 안 된다”는 마인드로 선수들에게 다가갔다. 사비로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까지 구매하는 진정성과 열정에 두산 선수들도 마음을 열었다.

그는 4년간 스프링캠프부터 정규시즌, 마무리캠프, 시상식까지 두산의 모든 행사에 함께했다. 그런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15년 KS다.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차 PD는 축승회 때 ‘불사조’ 박철순(62)을 만났다. 박철순은 그에게 “나이를 먹으니 선수 때 영상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방송국에 문의를 해도 ‘찾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오기 일쑤다. 지금 선수들이 부럽다”고 털어놨다. 차 PD가 조금 더 선수들에게 다가가겠다고 결심한 순간이다. “지금은 두산의 황금기다. 그 황금기를 기록하는 사관이 될 수 있어 영광이다. 1년에 하루도 제대로 못 쉴 만큼 매일 영상 제작에 몰두하지만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게을러질 수 없다.”

군 전역 직후 영화계에서 2년간 일했던 차 PD는 지금 짜여진 각본이 만드는 장면보다 더 극적인 장면을 가장 가까이서 촬영하고 있다. “스포츠, 특히 야구가 주는 감동은 영화의 몇 배라고 생각한다. 꾸며지지 않은 땀의 가치를 꾸준히 전달하고 싶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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