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작품 하나] 푸른바다·죽음 부른 경쟁, 25년 흘러도 선명한 잔상

입력 2018-11-13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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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랑블루’. 사진제공|팝 파트너스

<54> 이재규 감독 - 영화 ‘그랑블루’

영화 ‘그랑블루’는 짙은 감수성으로 1990년대를 보낸 이들에게 잊지 못할 작품으로 남아 있다. 1993년 개봉했으니 벌써 25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영화 ‘완벽한 타인’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이 선택한 인생의 작품 역시 ‘그랑블루’이다. 지금의 자신에 영향을 준 여러 작품이 있지만 단 한 편만 꼽으라면 주저 없이 ‘그랑블루’를 택한다. 감독은 “나의 초기를 완전히 뒤흔들어놓은 작품”이라고 했다.

‘그랑블루’는 프랑스의 뤽 베송 감독을 세계적인 연출자로 이끈 작품이다. 그리스 작은 마을에서 자란 두 친구가 바다를 향해 품은 꿈과 도전, 사랑을 그리고 있다.

잠수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자크(장 마르 바)는 바다와 돌고래 그리고 유일한 친구인 엔조(장 르노)를 가족 삼아 자란다. 자크는 프리다이빙 챔피언으로 성공한 엔조와 오랜만에 재회하고 다시 잠수 대결을 벌인다. 엔조는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또 한 번 무리한 잠수를 시도하다 인간의 한계를 넘지 못한 채 죽음을 맞고, 자크는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로 향한다. 영화는 탁월한 영상미도 압권이다. 스크린을 채우는 푸른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그대로 빠져드는 듯한 강렬한 힘이 느껴진다.

이재규 감독. 스포츠동아DB


이재규 감독은 “끝없이 노력하는 두 친구의 모습이 어린 내 눈에는 너무나 인상 깊었다”고 돌이켰다. 대학생 때 ‘그랑블루’를 접한 그는 “한 번 본 영화는 다시 보지 못하는 편이지만 ‘그랑블루’만은 예외여서 서너 번, 그 이상을 봤다”고도 말했다.

“아주 가까운 친구 둘의 경쟁은 목숨까지 잃는 경쟁이다. 좋게 해석하면 꿈이지만 다르게 보면 욕망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나. 잔상이 오래갔다.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는 일이, 인간에게 어떤 만족과 행복을 주는지 궁금하게 만든 작품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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