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한류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케이팝뿐만 아니라 드라마와 영화 등이 현지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극장 피블리시스 시네마에서 영화 ‘공작’(위쪽)이 상영중이다. ‘공작’ 상영표(아래 왼쪽)와 파리한국영화제에서 한국감독이 관객과 대화하는 모습(아래 오른쪽). 사진|윤여수 기자·파리한국영화제
‘미스터 션샤인’ ‘슬기로운 감빵생활’ 열풍
샹젤리제 극장선 ‘공작’ 인기 상영
40대 교민 “현지 젊은이 한류 열광”
방탄 공연은 ‘암표 관람’까지 불사
“한국드라마가 인기 많아요.”
프랑스 파리에 사는 40대 후반의 교민 문 모씨는 최근 현지 젊은이들 사이에 한국드라마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통역 업무로 현지인과 한국인을 이어온 문 씨에 따르면 해당 드라마는 ‘굿 닥터’. 2013년 국내에서 방송한 드라마의 미국 리메이크작을 본 이들이 원작에 대한 호기심으로 찾아본다고 했다. 문 씨는 “IT강국으로서 한국의 이미지가 몇 년 전부터 크게 높아졌다”면서 드라마 등 문화에 대한 관심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한류가 프랑스에 새로운 영역을 구축해가고 있다. 한국영화와 케이팝에 대한 일부의 관심은 소구의 폭을 더 넓히고, 드라마와 방탄소년단 등으로 새롭게 얻은 시선은 전반적인 한국문화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최근 막을 내린 제13회 파리한국영화제에서 통역 및 자막 번역 자원봉사자로 일한 김아람 씨는 12일(현지시간) “한국영화나 드라마가 현지 마니아 혹은 아시아 출신 등 일부의 인기를 모았던 이전과는 크게 다르다”면서 “한류 콘텐츠 수용층이 더욱 폭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초반 현지에서 이름을 얻기 시작한 홍상수 감독을 비롯해 2003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이후 이창동·봉준호·류승완 감독 등이 소개되며 한국영화는 외연을 넓혀왔다.
실제로 올해 8월 현지 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두 달여간 상영됐다. 현재 윤종빈 감독의 ‘공작’도 파리의 대표적인 중심가인 샹젤리제 거리의 극장 피블리시스 시네마에서 상영 중인 6편의 작품 가운데 가장 많은 회차로 선보이고 있다. 뒤이어 김의석 감독의 ‘죄 많은 소녀’와 홍상수 감독의 ‘풀잎들’이 이달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들 교민들에 따르면 최근 한국드라마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고 있다. ‘굿 닥터’를 비롯해 ‘미스터 션샤인’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이 화제작이다. 현지의 관심은 ‘천국의 계단’ 등 2000년대 초반 드라마까지 호출하고 있다.
한국드라마가 띄운 열기는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인 넷플릭스와 인터넷에서 시작된다. 최근 한국시장을 겨냥해 적극적인 공략에 나선 넷플릭스는 이미 프랑스시장에 안착한 지 오래다. 이를 통해 한국드라마 등 콘텐츠가 현지에 소개되면서 팬층이 늘고 있다고 교민들은 전했다. 이는 다시 해당 작품의 연기자가 아닌 연출자에 대한 관심으로 옮아가 이전 작품을 찾아보는 단계에 이르렀다. 파리한국영화제 홍보담당 자원봉사자인 문준호 씨는 “현지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는 감정의 진폭이 큰 한국드라마에서 감흥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방탄소년단의 위상이 또 다른 한류의 확대 가능성을 점치게도 한다. 현지 부유층 청소년들이 부모를 졸라 티켓을 구매하거나 비싼 값의 암표로 콘서트를 관람할 정도라고 교민들은 입을 모았다.
물론 이는 세계적인 현상이어서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현지 한류를 이끄는 건 아니다. 실제로 갓세븐 등 일부 케이팝 아이돌 그룹이 현지에서 수시로 콘서트를 열고 있다. 김 씨는 “한류가 아직 주류문화로까지 받아들여지지는 않지만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가 매력적이라는 현지의 일반적인 인식과 그에 따른 관심이 커져가는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문 씨는 “지금, 한류 콘텐츠가 가장 ‘핫’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파리(프랑스)|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