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식 환자, ‘엄마 되는 꿈’ 이루다

입력 2018-11-15 18: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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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식 수술을 극복하고 건강한 여자 아이를 출산한 박혜령 씨가 남편과 이대목동병원 홍근 교수(맨 왼쪽), 박미혜 교수(맨 오른쪽)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이대목동병원

이식 수술 후 계획적으로 준비해 임신 출산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협진으로 철저한 관리
가임기 여성 환자에게 희망의 메시지 전해


간이식 환자가 의료진과의 긴밀한 상담과 진료를 받으며 임신·출산에 성공해 화제다. 소아외과, 이식외과, 산부인과 등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의 다학제적 협진과 헌신으로 간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가 건강을 되찾고 계획적으로 임신을 준비해 ‘엄마가 되는 꿈’을 이뤘다.

사연의 주인공 박혜령(35세) 씨는 태어나자마자 신생아 담도폐쇄증 진단으로 출생 100일도 지나지 않아 카사이(Kasai) 수술을 받았다. 신생아 담도폐쇄증은 간에서 만들어지는 담즙이 배출될 통로 즉 담관이 폐쇄돼 황달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즉각 수술하지 않으면 간 기능 저하로 간이 손상되고 간경화와 간부전으로 이어져 생후 2세 이전에 사망하는 무서운 병이다.

박 씨는 성공적인 수술로 비교적 건강한 청소년기를 보냈지만 간 기능이 저하되자 5년 전 동생의 간을 기증받아 이대목동병원에서 간이식 수술을 진행했다. 담관과 관련된 합병증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횟수가 잦았지만 간이식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던 홍근 교수의 도움으로 일상생활을 이어갔다.

박 씨의 결혼 후 임신 계획을 들은 홍 교수는 협진을 요청했고, 산부인과 박미혜 교수는 산전 진찰 결과 간 기능이 유지가 된다면 임신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복용 중인 면역억제제 등의 약물이 태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홍 교수는 박 교수의 의견을 바탕으로 박 씨의 임신을 위해 면역억제제 등 먹고 있는 약들을 태아에 독성이 제일 적은 검증된 약으로 바꾸고 약의 용량을 최대한 줄였다. 간이식 후 임신 및 출산 과정은 산모뿐만 아니라 태아에게도 위험 요소가 많은 어려운 과정이다.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의 노력과 보살핌으로 박 씨는 지난 8월3일 3.5kg의 건강한 여자 아이를 출산했다. 출산 후 박 씨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존재여서 영어 ‘러블리(Lovely)’를 줄여서 아이의 태명을 ‘블리’로 지었어요. 이렇게 가슴에 안고 있으니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아요”라며 행복함을 전했다.

홍 교수는 “결혼 전에 간이식을 받은 환자가 정상적인 가정을 이루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결혼해서 출산까지 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임신 중에 간이식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이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각종 검사와 약물이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임신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가임기 이식환자가 대부분이다. 이번 출산이 이식을 필요로 하는 가임기 여성 환자와 소아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정용운 기자 sadzo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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