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나영 “신비주의는 무슨…그냥 본능적으로 살아요”

입력 2018-11-1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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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나영이 영화 ‘뷰티풀 데이즈’로 연기활동을 재개하기까지 6년이 걸렸다. 그 사이 결혼과 출산 등 인생의 중요한 과정을 거치며 환경이 변했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은 그대로였다. 그는 “내가 좋아서 작품을 하면 보는 사람도 편하게 느껴 내 선택에 확신이 있었다”고 자신했다. 사진제공|이든나인

■ 6년 만에 돌아온 배우 이나영이 풀어낸 연기와 삶, 그리고 가족이야기

영화 이어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 촬영 시작
세 살 된 아들 키우면서 변해가는 것 느껴
남편 원빈은 어떤 말 하든 잘 통하는 사이
꿈? 늘 생각하고 이야기가 많은 배우!


그동안 어떻게 참아왔을까. 요즘처럼 배우들의 다작 활동이 왕성한 분위기에서 이나영(39)은 ‘희귀한 존재’에 속한다. 2012년 영화 ‘하울링’을 끝으로 6년간 연기를 멈췄기 때문이다. 물론 이전에도 신중하게 작품을 선택해왔고, 그 사이 결혼과 출산 등 중요한 인생의 과정을 보내긴 했다. 그래도 6년은 절대 짧지 않은 시간이다.

영화 ‘뷰티풀 데이즈’(감독 윤재호·제작 페퍼민트앤컴퍼니) 개봉을 앞둔 이나영과 13일 낮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마주 앉았다. 수수한 민낯, 품이 넓은 검은색 스웨터 차림으로 나타난 그에게서 범상치 않은 아우라가 느껴졌다. 이어 대화를 나눌 때는 자신의 삶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생각하고 고민하는 사람만이 풍기는 짙은 인간미도 전해졌다.


● “엄마 역할? 배워가는 중”

이나영에게 가장 먼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뷰티풀 데이즈’를 보고, 극중 이나영에게 매료된 관객이라면 누구나 꺼낼 물음이다. ‘연기하고 싶어 어떻게 참았느냐’는 질문이다.

“작품을 잘 만나고 싶은 생각이 컸다. 자신 있게 내보일 만한 이야기를 찾았다. 이전(활동)에 아쉬움도 있었고. 좀 더 나를 보여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걸 원한 거다.”

공백이 길었지만 그렇다고 영화나 드라마를 검토하는 일을 멀리하진 않았다. 그는 “자주 소속사 사무실에 나가서 어영부영 바닥도 닦고, 시나리오 읽고, 끝나지 않는 회의를 하며 지냈다”고 웃어 보였다.

“사람들이 나를 향해 신비주의? 비슷한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난 아무것도 없거든. ‘이런 걸 좋아해’, ‘이런 걸 할 거야’ 그렇게 구분 짓고 결정하는 성향은 아니다. 대신 본능적으로 나아가는 편이다. 그런 나를 두고 사람들이 여러 반응을 내놓는다.”

그런 이나영은 최근 몇 년간 인생에 중요한 순간을 맞았다. 2015년 5월 동료 배우 원빈과 결혼했고 이듬해 아들을 낳았다. 뭐라 콕 집어 설명할 순 없지만 그런 과정에서 자신이 변화하고 있을 거란 느낌도 받는다.

세 살이 된 아들은 서서히 말귀를 알아듣고 있다고. 영화 개봉 준비와 동시에 tvN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 촬영에 한창인 그는 자주 집을 비우게 되면서 아이에게 엄마의 상황을 설명해야 할 때도 생긴다.

“아이에게 ‘일하고 올게’라고 이야기해준다. (아이와는)주로 일상적인 얘기를 한다. 어리광을 부리면? 앉혀놓고 이야기하고. 저희도 아직 (육아를)잘 모르잖아. 선물 받은 책 보고 배우거나 주위의 자문도 많이 구하면서 해 나가고 있다.”

영화 ‘뷰티풀 데이즈’의 한 장면. 사진제공|콘텐츠판다·스마일이엔티


‘엄마’라는 키워드는 이나영의 현실에서도, 작품에서도 빼놓기 어려운 주제다. 그를 다시 대중 앞으로 이끈 ‘뷰티풀 데이즈’에서 그의 역할 이름은 ‘엄마’. 북한과 중국에서 겪은 아픈 과거를 안고 한국에 정착해 살아가는 인물이다. 14년 만에 그녀 앞에 아들이 찾아오고, 이후 숨겨진 엄마의 진실이 하나씩 밝혀진다.

시나리오를 단숨에 읽고, 마지막장을 덮으면서는 “90% 출연하기로 마음을 굳혔다”는 이나영은 “좋다 나쁘다, 맞다 틀리다로 구분할 수 없는 이런 이야기를 관객에 건네고 싶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풍이다. 분위기는 물론 마지막 장면이 주는 여운도 좋았다. 안할 이유가 없었다. 내가 좋아서 작품을 하면, 보는 사람도 편하게 느껴왔다. 그래서 내 선택에 확신은 있었다. 사람들이 어색하게 보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 “부부 동반 영화 출연도 장난삼아 이야기, 장르는 액션!”


1999년 데뷔한 이나영은 두고두고 이야기되는 대표작을 여러 편 갖고 있다.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부터 영화 ‘아는 여자’,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이다. 이들 작품에서 그는 정형화되지 않은 캐릭터가 가진 매력으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해왔다.

“지금도 TV 채널 돌리다 내 작품이 나오면, 앗! 놀라서 채널 돌린다. 보지 못하겠다. 나는 사람은 누구나 매 순간 바뀐다고 생각한다. 어떤 상황, 감정 혹은 먹는 음식에 따라서도 변한다. 우린 늘 바뀌고 있다. 그래서 더 긴장한다. 자신감과 자존감도 낮은 편이라(웃음) 나 자신을 막 괴롭힌다.”

이나영은 내년 초 ‘로맨스는 별책부록’을 통해서도 시청자를 찾는다. 공백의 아쉬움을 날릴 만한 왕성한 활동이다. “드라마에서도 엄마 역할인데, 소재가 과거보다 더 다양해진 느낌”이라며 “이야기 배경이 출판사여서 더 끌렸다”고 했다.

출판사에 왜 마음이 동했을까.

“책을 좋아한다. 읽을 시간이 없을 땐 들고라도 다닌다. 하하! 수첩이나 연필을 사는 것도 취미다. 연필만 쓴다. 여행가서 미술관에 간다면 연필 두어 개씩 꼭 산다.(웃음)”

배우 이나영. 사진제공|이든나인


남모를 취향까지 공개한 그에게 묻지 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질문은 ‘변하지 않는 외모’의 비법이다. 물론 타고난 게 절대적이지만 그래도 비결이 있지 않을까.

이나영은 웃음을 터트리면서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단점이 내 눈엔 엄청나게 보인다”고 운을 뗐다. 그러더니 “꾸준히 생각하는 사람의 얼굴은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웬 선문답인가 싶지만, 곱씹어보면 이나영의 발언은 그야말로 ‘현답’. 세상과 삶, 사람들을 향한 관심을 놓지 않는다는 의미다.

“잡다한 생각을 어마어마하게 한다. 늘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야기가 많은 사람. 요즘에는…,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좋겠다는 생각, 곧 드라마가 시작하는데 UHD 화질 생각도 한다. 하하!”

시간제한이 없다면 이나영과의 대화는 몇 시간이고 이어질 수도 있었다. 자신의 지향처럼 그는 이미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다. 남편 원빈에 대해 말할 때도 마찬가지. 배우 부부로서 뭐가 가장 좋은지 물었더니 내놓은 답은 이렇다.

“느끼는 게 같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서로의 마음이나 상황을 잘 안다. 무슨 말을 꺼내면 이런저런 설명 필요 없이 서로 ‘탁, 탁, 탁’ 이해한다. 영화도 늘 같이 본다. 장난처럼 ‘우리 같이 영화 해볼까’ 그러다가도 ‘누가 보겠어’ 한다. 만약 한다면? 장르는 액션? 하하!”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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