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석의 팁인] 농구를 멍들게 하는 농구계 뜬소문

입력 2018-11-16 13: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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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농구대표팀 김상식 감독. 사진제공|KBL

남자 농구대표팀 김상식 감독. 사진제공|KBL

대한농구협회는 14일 남자농구대표팀 소집명단을 발표했다. 대표팀은 29일과 다음달 2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예선 2라운드 E조 3·4차전을 갖는다. 상대는 레바논과 요르단. 특히 29일로 예정된 레바논전이 중요하다. 한국은 레바논과 나란히 승점14를 마크하고 있어 맞대결에서 승리해야 본선행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E조 3위까지 월드컵 본선 진출 직행권이 주어진다. 허재(53) 감독의 사퇴로 지난 9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김상식(50) 감독은 13일 농구협회에 12명의 소집명단을 확정했고, 발표는 14일 이뤄졌다.

의혹의 시선으로 대표팀 명단을 바라보는 농구 관계자들이 있었다.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울산 현대모비스 선수 중 라건아(29)만 유일하게 대표팀에 선발됐다는 점을 좋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봤다. 최근 부진했던 이대성(28)과 이종현(24)은 대표팀 명단이 발표된 날 부산 KT와의 원정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이대성은 34분59초를 뛰며 21점·3어시스트, 이종현은 31분57초를 뛰며 9점·6리바운드·5어시스트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그러자 이대성과 이종현이 명단에서 제외된 것에 자체에 많은 의문을 품었다.

프로구단 A팀 관계자는 “농구협회 강화위원회는 9월 전원사퇴 이후 구성되지 않고 있다. 그로 인해 대표팀 감독과 협회 기술 이사가 대표팀 명단을 꾸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 협회 기술 이사는 현대모비스 유재학(55) 감독이다”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협회 규정을 확인한 것을 아니지만 유력 관계자로부터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B팀 C감독은 일찌감치 의심의 시선으로 대표팀 선발 과정을 주시했다. 최종엔트리 12명 발표 시점보다 앞선 24명의 대표팀 예비엔트리가 확정이 된 이후 취재진과 만난 C감독은 “현대모비스는 라건아만 대표팀에 뽑힐 것이다. 나중에 보면 알 것”이라고 점쳤다. 그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진 않았다. 최종엔트리 12명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C감독이 단정적으로 말한 이유가 있는 듯 했다. 그의 시선도 마찬가지로 유 감독을 향했다. 결과적으로는 C감독의 예상대로 라건아만 대표팀에 뽑혔다.

그러나 확인 결과 모두 억측에 불과했다. 대표팀 김 감독은 16일 “최종엔트리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농구협회 강화위원회 자체가 구성되지 않아 협회 김동욱 전무이사, 문성은 사무처장, 조상현 코치, 협회 직원 2명 등 총 6명이서 회의를 갖고 확정했다. 명단 자체는 조 코치와 내가 상의해서 회의에 가지고 들어갔다. 왜 명단을 그렇게 구성했는지에 대해 설명했고, 협회 고위 관계자들의 추인을 받았다. 유 감독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이번 대표팀 명단 확정과 관련된 회의록이 협회에 남아 있다. 확인해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회의를 통해 김 감독이 직접 뽑은 12명을 명단을 협회가 최종 확정했다. A관계자의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김 감독은 선수 선발에 대해 “레바논전이 중요한데 레바논에는 큰 선수들이 많다. 포워드 자원을 장신으로 4명 정도는 활용해야 한다고 봤다. 1~2경기를 위해 센터를 5명을 데려가는 건 의미가 없다고 봤다. 그래서 높이와 스피드를 갖춘 김종규, 오세근, 이승현, 라건아 4명으로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이종현이 최근 팀에서 포스트 중심으로만 움직이는 것도 자신의 구상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움직임을 많이 가져가는 모션 오펜스를 핵심 전술로 활용하고 있다. 이어 “가드 4명의 경우 박찬희, 이정현, 김선형은 일찌감치 확정해 놓았다.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이대성과 두경민 사이에서 고민했다. 이대성은 시즌 초반 좋다가 대표팀 명단을 정할 시기에 다소 부진했다. 그런데 상무 경기를 방문했더니 두경민이 수술을 받고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 DB를 우승 시킬 때 움직임과 슈팅 능력을 서서히 되찾고 있음을 확인했다. 두경민은 2번(슈팅 가드)까지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대성 대신 두경민을 선택했다”라고 얘기했다. C감독의 말도 전혀 근거 없는 예상이 적중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왜 그런 의심의 시선들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 한 김 감독은 “난 철저하게 내가 필요한 선수를 뽑는다. 또한 경기장을 직접 방문해 눈으로 확인한 뒤 코치와 상의해 결정한 부분이다. 최근 발가락이 좋지 않은 양희종도 경기장을 직접 방문했고, 선수와 얘기를 해 선발을 결정했다. 협회와 회의를 하면서도 내가 12명의 선수들을 왜 선발했는지 일일이 설명했다. 혹시나 해서 협의 내용을 협회 직원이 모두 적어놓기도 했다. 협회에 확인해보면 알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나의 해프닝으로 넘길 수도 있는 일이다. 가벼운 대화에서 나온 실수라고 간주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게 가볍게 넘기기에는 농구판에 이런 근거 없는 뜬소문을 기정사실처럼 얘기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아니면 말지’라고 넘기기에는 이렇게 양산된 루머가 농구계를 계속 멍들게 하고 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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