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를 보면서도 자신이 없었어요. 너무 어려운 캐릭터더라고요. 감정의 나락으로 떨어지겠다 싶어서 ‘하지 말아야지’ 생각했죠. 감독님과 만났을 때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런데 감독님도 ‘나도 어렵다’고 하시더라고요. 감독님 입장에서 솔직하게 드러내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그 지점에서 통했던 것 같아요. ‘같이 이야기하면서 만들어가자’고 해주셔서 믿음이 생기더라고요.”
“‘시그널’ 이후로 캐릭터도 다양해지고 넓어졌어요. 정말 감사한 작품이지만 ‘시그널’ 대문에 ‘동네사람들’을 주저한 건 사실이에요. 분명히 다른 캐릭터인데 관객들이 어떻게 보실지 궁금해요. 똑같다고 보실지…. ‘시그널’ 때는 텅 비어있는 상태로 연기했다면 이번에는 스스로를 많이 괴롭히고 답답하게 만들었어요. 그래서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았죠. 대사 하나하나가 다 어려웠고 나중에는 대사가 있는 것도 벅찬 느낌이더라고요. 지나고 나니까 엄청난 공부를 한 것 같아요. 선택하기를 잘한 것 같아요.”
연기하는 캐릭터에 따라 작품 밖의 일상생활에서도 영향을 받는다는 이상엽. 그는 지성을 연기하면서 많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악역이나 선과 반대되는 역할을 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어느새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자존감도 떨어지고요. ‘혹시 내가 주변에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들면서 점점 더 어두워지고요. 그러다 저만의 동굴로 들어가곤 했어요.”
이상엽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으면서까지 혼신의 노력으로 캐릭터를 담아낸 영화 ‘동네사람들’은 여고생이 실종되었지만 아무도 찾지 않는 의문의 마을에 새로 부임한 체육교사 기철이 사건의 실마리를 쫓게 되는 스릴러 영화다. 7일 개봉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씨앤코이앤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