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목표’ SK 김택형 “유망주 타이틀 꼭 깨야죠”

입력 2018-11-2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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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택형. 스포츠동아DB

“내년엔 유망주라는 타이틀을 꼭 깨야죠.”

SK 와이번스에서 생애 첫 우승반지를 얻은 김택형(22)은 야무진 꿈을 안고 있다. 포스트시즌(PS)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과 존재 가치를 동시에 입증해낸 그는 나아가 ‘선발 투수’라는 궁극적 목표를 마음속에 단단히 세워뒀다.

SK가 들어올린 통산 4번째 한국시리즈(KS) 우승컵 뒤엔 PS 엔트리 막내 김택형의 공로가 곳곳에 숨어있다. 가을야구를 치르는 내내 그를 향한 벤치의 믿음은 상당히 두터웠다. 올해로 프로 데뷔 4년차에 플레이오프(PO)와 KS 무대 경험도 없었지만, 위기가 찾아올 때면 번번이 김택형을 찾았다. 결과도 따랐다. PO에서만 구원 등판으로 2승을 거둔 김택형은 우승으로 가는 길목이었던 KS 4·6차전서도 값진 아웃카운트 한 개씩을 책임졌다.

형들의 도움이 컸다. 토종에이스 김광현부터 김태훈, 정영일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조력자로 나섰다. 김택형은 “(김)광현이 형이 조언을 많이 해줬다. ‘쫓기는 건 타자인데 왜 네가 도망을 다니느냐. 그냥 가운데만 보고 던져라’라고 하더라. (정)영일이 형, (김)태훈이 형도 ‘네가 겁먹지만 않으면 아무도 네 공을 칠 수 없다’는 말을 해줬다”며 “그 말을 듣고 바뀌게 됐다. 어차피 도망을 다니면 나만 손해다. 형들의 긍정적인 이야기들이 큰 힘이 됐다. 덕분에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전 넥센 김택형. 스포츠동아DB


여러모로 의미 있는 2018년을 보냈다. 김택형은 2017년 3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뒤 줄곧 재활에 매진했다. 그러던 중 5월 트레이드를 통해 SK에 새 둥지를 틀었고, 2018년 9월에야 1군 엔트리에 처음 합류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김택형과 SK는 우승이라는 값진 결말로 최고의 보상을 받았다. 그는 “내 나이에 KS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고, 우승을 하는데 함께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며 “부모님께서 재활을 하는 힘든 시기에 옆을 지켜주셨다. 그 시간들을 이겨내 올라온 것을 모두 알고 있으시다보니 내게 ‘대견하다’는 말을 많이 하셨다”고 했다.

그럼에도 아직 스스로에게 남겨둔 숙제가 많다. 그는 “20살 때부터 유망주라는 호칭을 달고 있다. 아직 확실히 깨버린 것은 아니다. 내년에는 그 꼬리표를 꼭 떼어내고 싶다”고 했다. 또 한 번의 진화도 준비하고 있다. 직구와 슬라이더를 구사하는 김택형은 체인지업을 추가로 연마해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그는 “스프링캠프에 가서 체인지업을 연습하려고 준비 중이다. 아무래도 구종이 두 가지인 것보다는 세 가지인 것이 나에게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회가 주어진다면 선발로 뛰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했다.

염경엽 감독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김택형을 바라보고 있다. 일정 시간을 두고 서서히 선발 투수의 색깔을 입히고자 한다. 염 감독은 “(선발 전환은) 2년 정도 후로 보고 있다. 지금은 공을 세게만 던진다. 투구 메커닉이 조금 더 부드러워져야 한다. 100개를 일정하게 던질 수 있는 메커닉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젊고 충분한 시간이 있다. 지금 택형이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짧게 30개를 던지는 일이다. 그 30개를 통해 자신감을 쌓아나가며 올바른 폼까지 준비하면 선발로서의 성공확률이 훨씬 높아진다. 지금은 잘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성공경험을 늘려주는 단계”라고 믿음을 보냈다.

‘선발 야구’를 선보이는 SK에서 선발 로테이션 5인 안에 들기란 쉬운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김택형은 피할 수 없는 경쟁이 결코 두렵지 않다. “경쟁은 좋은 것”이라며 특유의 씩씩한 미소를 짓는 그의 얼굴엔 자신에 대한 굳은 믿음이 담겨있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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