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인선 “소지섭 오빠 덕에 폭풍성장”

입력 2018-11-2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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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정인선은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를 통해 자신감을 충전했다. 그는 “부담과 압박감에 힘들었지만 주변의 도움 속에 성공적으로 마쳐 기쁘다”며 “아역 출신에서 성인연기자로 안착했다는 반응을 얻어 용기가 난다”고 했다.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 MBC ‘내 뒤에 테리우스’ 히로인 정인선

연기자 정인선(27)의 얼굴이 활짝 ‘피었다’.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를 무사히, 게다가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안도감에 미소가 번지고 있다. 막상 촬영을 시작할 때는 달랐다. 드라마의 첫 방송 전까지 매일 밤 “울다 잠드는” 일이 많았다. 자신의 연기에 좀처럼 확신이 서지 않아서였다. 어려움을 딛고 이겨내면서 스스로 용기를 북돋았다. 그리고 “언제든 고개를 돌리면 옆에 있는 소지섭”의 존재감이 그를 든든하게 해줬다.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드라마 성공을 이끈 덕분에 자신감을 충전한 정인선은 ‘내 뒤에 테리우스’ 이후 “성인연기자로 안착했다는 반응을 접한다”며 “이제 ‘아역출신’ ‘폭풍성장’ 같은 수식어와 멀어질 수 있을 것 같다”며 생긋 웃는다.


● “‘내뒤테’ 성공, 몇 년치 행운 끌어다 써”


정인선은 “조상이 도와주신건지, 몇 년 치 행운을 다 끌어다 쓴 건지, 잘 끝나서 다행이다”고 했다. 다섯 살 때인 1996년 드라마 ‘당신’으로 연기활동을 시작한 그는 ‘내 뒤에 테리우스’를 통해 지상파에서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았다. 상대역은 톱스타 소지섭. 두 사람은 실제로 14살의 나이 차가 나지만 완벽한 호흡으로 멜로 감성을 자극하며 시청자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덕분에 MBC는 평일 밤 10시대 드라마에서 약 1년간 이어졌던 한 자릿수 시청률 부진을 끊어내기도 했다. 드라마는 마지막 방송에서 10.5%(닐슨코리아)를 기록, 자체 최고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저를 믿고 선뜻 (주인공을)맡겨준 분들을 웃게 할 수 있어, 감히 자랑하고 싶다. (소)지섭 오빠의 배려와 제작진의 격려가 있어서 압박감과 부담감을 이겨냈다. 이런 분위기라면 제가 아닌 누가 출연했다고 해도 드라마 성공의 일원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MBC 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에서의 정인선. 사진제공|MBC


하지만 정인선이 이렇게 ‘안정’되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드라마 시작을 알리는 제작발표회가 열리는 전날까지 “체한 느낌”으로 촬영장을 오갔다. 주인공이라는 책임감, 자신의 연기를 시청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이 컸기 때문이다.

게다가 극 중 맡은 역할은 남편과 사별해 두 아이를 홀로 키우는 평범한 주부이자, 비상한 추리력을 지닌 설정이다. 시청자와 공감하는 일도 과제였다. 정인선은 “제가 가진 특징을 활용할 게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그만큼 실제 모습과 캐릭터 사이에 교집합이 없어 더욱 어려웠다.

그는 “제 연기를 통해 시청자가 드라마를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제대로 안내할 수 있을지 걱정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겉핥기’로 보일까봐 궁지에 몰리고 무서웠다”고 돌이켰다.

고민 끝에 정인선이 찾은 해법은 “다 내려놓자”였다. 그는 “어릴 때부터 연기를 해서 저의 표정과 말투에 따라 어떤 효과가 나는지 알고 있다”며 “너무 많이 알고 있는 게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해왔다”고 했다. 이번만큼은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있어 재거나 따지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쏟았다. 그 결과 “연기에 대한 갈증이 확 풀렸다”며 만족을 드러낸다.

“또 엄마 역할이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엄마라는 캐릭터는 연기활동에 크게 걸리는 부분이 아니다. 앞서 출연한 ‘으라차차 와이키키’도 엄마 역할이었지만 전혀 다른 느낌을 표현했던 것처럼 말이다. 차별성을 가진, 매력적인 엄마라면 다시 한번 할 생각도 있다.”


● “20대 후반, 친구와 결혼 이야기도 해”


정인선은 최근 연이어 아이를 둔 캐릭터를 맡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엄마들의 마음을 공감하기 시작한 것 같다”며 웃었다.

“연기를 통한 간접경험이지만 육아가 쉬운 일이 아니더라. 제가 어릴 때 연기를 시작해서 그런지 아역을 보는 마음도 각별하다. 예전에는 아역을 보면 예쁘고, 똑똑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그 아이들 뒤에 있을 엄마들이 떠오른다. 엄마들과 공감대가 형성되는 시기가 왔나보다. 하하!”

친구들과의 대화 주제도 주로 ‘결혼’으로 바뀌고 있다. 그렇게 자신의 나이를 조금씩 실감하지만 아직까지 결혼은 그에게 “상상 밖의 일”이다. 우선 “어른”이 먼저 되고 싶다.

연기자 정인선.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정인선은 “저는 연기를 떠나 인생에서도 배울 게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스스로 저를 괴롭히는 소심함, 예민함, 섬세함이 싫어서 낙천적인 면을 키웠다”며 “지금보다 더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대범한 어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곧 다가올 30대에 대해서는 “어릴 때나 지금이나 연기를 좋아해서 서른 살이 되어도 연기자로서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신 연기의 폭을 넓히기 위해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슬플 때는 엄청 슬프고 싶고, 뒤통수도 제대로 한번 맞아보고 싶다. 그게 만약 돈 문제라면 액수는 적었으면 좋겠다. 하하! 인생의 경험이 다 연기로 이어지더라. 스무 살 땐 나중에 굉장히 멋있게 살 줄 알았는데 지금 이렇게 달라지지 않은 걸 보니 30대도 비슷할 것 같다. 그래도 항상 긍정적으로 상상하려 한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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