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살 제거? 수준 저하? 몰려오는 새 외국인선수들

입력 2018-11-2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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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 조셉(왼쪽)-제이콥 터너. 사진제공|MLB·KIA 타이거즈

내년 시즌 KBO리그를 누빌 외국인선수들의 면면이 속속 가려지고 있다. 예년보다 훨씬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11월이면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만 초점이 맞춰지던 과거와 크게 다른 양상이다. 무엇보다 새 얼굴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벌써 9명이다. 거포 1루수를 찾는 LG 트윈스도 조만간 메이저리그(ML) 필라델피아 필리스 출신 토미 조셉(27)과 협상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 천정부지로 치솟기만 하던 외국인선수의 몸값 역시 확 낮아졌다. 신입 외국인선수들은 모두 100만달러(약 11억3000만원) 이하다. 넥센 히어로즈와 계약한 에릭 요키시(29·투수)는 불과 50만달러다.

케이시 켈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100만달러 상한선+소득세율 인상’이 바꾼 풍속도

KBO는 9월 이사회를 통해 ‘새 외국인선수 몸값 100만달러 상한제’를 발표했다. 연봉은 물론 계약금과 이적료까지 합쳐 100만달러를 넘기면 강력하게 처벌한다. 재계약 시에만 100만달러를 초과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국세청은 올해부터 외국인선수에게 최대 42%의 소득세율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종전보다 두 배다.

이 두 가지 변화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커리어가 화려한 일부 외국인선수들은 과거 KBO리그 구단과 협상하면서 전략적인 ‘밀당’을 통해 몸값을 높이곤 했다. 이들을 보유한 ML 구단들도 이적료를 챙기기 위해 흥정에 가세했다. 이 때문에 신입인데도 가볍게 100만달러를 넘겼다. 상한선과 제재 규정이 신설되자 ‘밀당’이 줄면서 조기에 계약이 성사되고 있는 것이다.

소득세 인상은 외국인선수의 재계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한국과 이중과세방지조약을 맺지 않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선수들의 경우에는 양국 모두에 소득세를 내야 하는 까닭에 KBO리그 취업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KIA 타이거즈의 외국인 에이스 헥터 노에시(31)가 재계약 제안을 받고도 뜸을 들이고 있는 이유다. 기존 외국인선수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떠난 자리를 몸값 100만달러 이하의 새 외국인선수들이 메우고 있는 것이다.


● 군살 제거? 수준 저하? 물갈이의 결과는?

KBO는 9월 이사회에서 FA 제도 개선방안도 논의했다. 4년 80억원의 몸값 상한제 도입이 골자였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의 거부로 무산됐지만, ‘FA 상한제’는 이미 대다수 구단들의 공감을 얻은 상태다. 잠복 모드인 FA 상한제와 달리 새 외국인선수 몸값 상한제는 곧장 작동되고 있다.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FA든 외국인선수든 KBO 구단들이 적극적으로 ‘군살 제거’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합리적 지출을 통해 군살 또는 거품을 뺀다면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검증되지 않은 ‘저렴한’ 외국인선수들이 내년 시즌 어떤 모습을 보일지에 의문이 따르는 것도 냉정한 현실이다. 어쩌면 ‘수준 저하’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 다행히 시행착오로만 그치고 KBO리그의 내실을 다지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기대해본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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