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운찬 KBO총재는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사퇴 과정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해 비난을 받았다. 최근 대표팀 관련 이슈에서 정 총재는 커미셔너로서 실망스러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정 총재는 취임과 함께 스스로를 ‘커미셔너’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그러나 조정자로 정 총재의 최근 성적은 삼진, 또 삼진이다.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이미 일부 병역 미필 선수들을 둘러싸고 큰 논란이 시작됐지만 조정자는 개입하지 않았다. 감독이 책임지고 물러나는 과정에서 오히려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했다. 국감 전후 선 감독과의 소통도 아쉬움이 컸다.
27일 KBO 이사간담회에서 정 총재는 다시 스타일을 구겼다. 10개 구단 대표들은 현행 국가대표 전임감독제 유지를 바랐고, 관철했다. 개인적인 발언이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킬 줄은 몰랐겠지만 국감장에서 나온 의견은 곧 소신으로 해석된다. 결국 전임감독제 반대는 10개 구단 대표들에 의해 진짜 개인의견으로 격하됐다.
전임감독제 유지는 정 총재가 더 효율적인 대표팀 시스템 구축을 위해 한 발 물러선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기술위원회를 부활해 선수선발의 권한을 분산한 것은 훌륭한 결정이었다. 선 전 감독에게는 없었던 세밀한 지원도 급선무다. 필요하다면 상시적으로 국가대표 전담 팀도 신설해야 한다.
버드 셀릭 전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1992년 대행을 맡자마자 선수노조의 파업, 월드시리즈 취소라는 큰 시련과 마주했다. 그러나 셀릭은 MLB.COM과 MLB TV로 구단 가치를 20여년 만에 수십 배로 키웠다. 메이저리그의 매출은 급상승했고, 20여개의 새 야구장도 문을 열었다. 약물복용을 눈감아 홈런으로 흥행에 다시 불을 지폈다는 비판도 따르지만 셀릭이 메이저리그 황금기를 다시 열었다는 점은 모두가 인정한다. 2013년 은퇴한 셀릭은 2016년 커미셔너로 쌓은 공을 인정받아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정 총재는 연달아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있지만 아직 타석은 많이 남아있다. KBO는 메이저리그가 롤 모델인 KBO.COM을 통한 산업화라는 큰 숙제가 있다. 더더욱 신중하게 그리고 과감하게 다음 공을 노릴 때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