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 발렌티노스의 키프로스와 K리그 이야기

입력 2018-11-28 09: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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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서아시아 지중해 동부에 위치한 인구수 120만여 명의 작은 섬나라. 관광이 유명한 지중해 연안 국가임에도 한국인 관광객을 쉽게 찾아보기 힘든 유럽 변방국가이자 한국에서는 항공편 직항이 없어 터키를 거쳐야 도달할 수 있는 나라 키프로스 공화국.

이 작은 나라에서 꿈을 쫓아 대한민국을 찾아온 축구선수가 있다. 올 시즌 강원FC 핵심 선수로 활약하며 키프로스 국가대표까지 발탁되며 보석 같은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발렌티노스다. 2년차 명예 한국인 발렌티노스에게 키프로스 그리고 K리그 이야기를 들어본다.


#1. 오로지 축구밖에 몰랐던 유년시절

발렌티노스는 키프로스의 Tacos Markis 코치가 운영하는 작은 아카데미에서 처음 축구를 시작했다. 11살이 될 때까지 그는 일주일에 2번씩 아카데미에서 축구를 배웠다.

1년 중 며칠을 빼놓고 대부분의 기온이 25~35도를 웃도는 여유로운 나라 키프로스에서 축구는 아이들에게 취미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에게 축구는 유일한 꿈이었다.

목표의식이 분명했던 그는 11살이 되던 해 영국으로 건너갔다. 축구를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가짐 뿐이었다. 다행히 발렌티노스의 재능을 눈여겨 본 클럽들이 있어 기회가 찾아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유소년 팀이었다.

그는 “토트넘에서 유소년 선수 생활을 시작한 것이 나에겐 행운이었지만 고난의 시작이었다. 프리미어리그 유소년 팀들에는 재능이 넘치는 선수들이 많았고 경쟁에서 승리해야만 했다. 18살까지 토트넘을 거쳐 아스날 유소년 팀에서 뛰며 축구를 배웠다. 아주 어린 시절 키프로스에서 배웠던 축구가 내 축구인생의 정신적 버팀목이라면 기술적 버팀목은 영국 프리미어리그다. 빠르고 터프하고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는 축구가 나의 축구”라고 말했다.


#2. ‘유럽무대’ 경험한 키프로스 최고 유망주

국내 팬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발렌티노스는 제법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한다. 2010년 20세의 나이로 키프로스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렀고 2012년 키프로스 올해의 유소년 선수상을 수상했다.

프로에선 자국리그 명문팀인 AEL리마솔에서 뛰며 2014~2015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3차 예선과 2015~2016시즌 UEFA 유로파리그에도 출전했다. 토트넘과도 맞대결했다.

키프로스 국가대표로는 모두 24경기에 출전해 3골을 기록 중이다. 올해 처음 열린 유럽 네이션스 리그에 국가대표로 선발돼 지난 11월17일과 20일 불가리아와 노르웨이 등 북유럽 쟁쟁한 팀들과 경기에 나섰다.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자부심도 상당하다. 그는 “선수로서 챔피언스리그나 유로파리그 같은 큰 무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다고 생각한다. 국가대표 커리어도 마찬가지다. 2008년부터 나는 줄곧 국가대표팀의 일원이었다. 국가를 대표한다는 것은 항상 내게 자긍심을 가지게 만든다”고 밝혔다.

키프로스 국가대표팀의 성적이 아쉽다는 의견에는 단호한 결의도 드러냈다. 발렌티노스의 키프로스는 유로나 월드컵 같은 메이저 대회 본선에 진출한 기록이 없다.

발렌티노스는 “현재까지 우리 대표팀은 유로나 월드컵 진출을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유럽에는 강호가 많아 메이저 대회 본선 진출이 쉽지 않다. 그러나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국가대표로 있는 동안 반드시 메이저 대회 본선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뤄낼테니 한국에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3. ‘명예 한국인’ 2년차 K리거

유럽에서 뛴다면 큰 무대에서 더욱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던 발렌티노스는 왜 강원FC를 선택했는지 궁금했다. 그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강원FC의 제안에 일말의 고민도 없이 승낙해 한국행을 결정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부상을 당하며 7경기밖에 뛰지 못하고 자국으로 돌아가 재활에 전념했다. 유럽 팀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강원FC에 복귀했다. K리그를 선택한 이유가 무척이나 듣고 싶었다.

그는 “처음 제안 받았을 때 무조건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진심으로 고민하지 않았다. 나의 축구인생, 개인적인 삶에 있어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만약 자국 팀에서 계속 뛰었다면 분명 안정적인 삶을 유지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내 인생에서 추구하는 가치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상 후에도 강원FC를 선택한 이유는 한국의 의리가 좋았기 때문이다. 구단에서 재활을 물심양면 도왔다. 항상 그 부분에 대해서 감사하다. 그리고 현장에서 지켜본 바로는 K리그는 아시아에서 가장 수준이 높은 리그다.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는 리그다. 또 강원FC가 아시아에서 빅클럽이 되기 위해 옳은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했다. 과감한 선수영입과 좋은 스태프들이 함께 정상을 향해 도전하고 있다. 나는 강원FC가 빠른 시일 내에 아시아 정상권의 팀으로 성장할 것이라 자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작은 소망을 하나 더 얘기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강원FC에서 뛰고 싶다. 이 팀과 함께 ACL(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 목표를 이뤄내고 싶다. 그래서 경기장에 팬들이 가득 차는 모습을 보고 싶다. 나는 이 구단과 함께 꿈같은 드라마를 써내려갈 생각이다. 지켜봐 달라”

동아닷컴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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