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격 전문가 남기일 감독 “시민구단, 외부적 요소도 파악해야”

입력 2018-11-3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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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 남기일 감독은 2014년 광주FC를 승격시킨 데에 이어 올해에는 성남을 1부리그로 이끌었다. 그에게는 ‘승격전문가’라는 멋진 수식어가 붙었다. 스포츠동아DB

성남FC 남기일(44) 감독은 ‘승격 전문가’로 불린다. 그는 광주FC의 사령탑이던 2014년 팀을 K리그1으로 승격시킨 경험이 있다.

한 시절을 풍미한 성남은 팀 재건을 남 감독에게 맡겼다. 2016년 K리그2에 강등된 성남은 2017년 4위에 그치면서 승격에 실패했다. 성남이 올 시즌을 앞두고 남 감독을 영입한 것은 승격을 이룬 경험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그는 제자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자신의 축구를 이해시키는 데 공을 들였다.

“부임 초 내가 가진 생각을 선수들에게 최대한 이해시키려 했다. 볼이 항상 상대 진영에 있어야 찬스가 생기고 공격 옵션이 늘어난다. 그래야 찬스를 계속 만들고, 골도 늘어나고, 재미있는 축구를 할 수 있다. 부임 초에는 수비수는 많은데 미드필더, 공격수가 너무 없었다. 팀 훈련을 할 때 두 팀으로 나누기도 어려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선수들이 내 생각을 잘 이해했고 그에 맞춘 전술변화도 가져가면서 우리만의 색을 내기 시작했다.”

성남은 1~2년간 초석을 다진 뒤 K리그1 승격을 바라보겠다는 계획이었지만, 남 감독 부임 이후 시작부터 느낌이 좋았다. 11경기 무패행진을 달리면서 상승기류를 탔다. 후반기 접어들면서는 아산 무궁화에게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초반 상승세는 선수단에게 큰 자신감을 심어줬고 한 시즌을 지탱하는 힘이 됐다. K리그2 1위는 아산 무궁화가 차지했지만, 아산은 내년 선수 수급 의지가 없음을 드러내면서 K리그1 승격 자격을 상실했다. 이에 따라 K리그2 2위 성남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남 감독은 부임 첫 해 팀에 ‘승격’을 선물했다.

성남FC 남기일 감독(맨 오른쪽). 스포츠동아DB


“정말 기뻤다. 잠시 기다리는 시간도 있었지만 결국 해냈다. 조촐한 맥주 한 잔으로 코치들과 기쁨을 나눴다. 선수들이 잘 따라준 덕분이다. 올해는 선수들의 성장에 포커스를 뒀는데, 속도가 예상보다 빨랐다. 준우승을 하고도 승격을 하게 된 것은 외부적인 요인이 있었지만, 그 자체로 좋은 성과를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과거 남 감독이 머물렀던 광주와 현재 소속팀인 성남 모두 시민 구단이다. 기업구단에 비해 재정적인 한계가 분명하다. 이 가운데에서도 두 차례나 승격을 이뤄냈다. 누구나 갖지 못한 확실한 노하우가 있다.

“지도자라면 누구든지 좋은 환경에서 팀을 맡기를 바라지만…. 비법은 따로 없다. 다만 선수들만 잘 이끈다고 될 일은 아니다. 축구 외적인 부분도 생각해야 한다. 외부 사정에 대해서도 공유를 해야 한다. 축구 감독이면서 관리까지 하는 매니저라는 생각이다. 또 무리하게 비싼 선수 1~2명을 영입하기보다는 팀 전체에 기준을 두고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물론 구단이 투자할 여유가 있다면 좋은 선수를 영입해 전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투자가 이뤄져야 팀이 더 나아질 수 있다.”

성남FC 남기일 감독. 스포츠동아DB


시민구단 사령탑으로서 시민들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남 감독이 이끄는 성남은 24일 경기도 성남시 서현동 AK플라자 광장에서 자축 기념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남 감독은 성남 팬들과 함께 흐뭇한 승격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시민구단이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팬들과의 이벤트에 참여해야 한다. 성남이라는 팀을 모르는 분도 있고 아예 축구를 처음 접하는 분들도 있지 않나. 팬들과 함께하니 기뻤다. 구단 직원들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사무국 직원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더욱 승격은 힘들었을 것이다. 올해처럼 선수와 프런트, 팬이 하나로 끈끈하게 뭉친다면 K리그1에서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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