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과 한화의 이별이 특별해 보이는 이유

입력 2019-02-0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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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화 이글스

사진=한화 이글스 

한화 이글스 한용덕 감독은 지난달 31일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하면서 “올해가 더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감독으로 데뷔한 지난해 겁 없이 덤비는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호성적을 냈는데, 그 결과 올해는 팬들의 기대치가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는 5위 안에만 들어도 성공”이라고 말하는 프런트 직원도 꽤 된다.

출국 이튿날 한 감독은 구단 수뇌부와 상의한 끝에 한 가지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2군 스프링캠프 합류를 거부한 투수 권혁(36)을 본인의 요청대로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줬다.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여전히 활용도가 높은 편임에도 베테랑과 더 이상의 마찰을 원치 않았던 한화 프런트와 한 감독은 ‘쿨한’ 이별을 택했다. 권혁은 불과 이틀만인 3일 두산 베어스와 연봉 2억원에 계약했다. 5월 이후 1군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한 감독을 포함한 한화 구단 전체는 상당한 ‘부담감’을 안고 2019시즌을 시작한다. 지난해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돌풍을 일으키며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루기까지 묵묵히 응원해주고 기다려준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어서다. 성적만한 확실한 보답이 없음을 잘 알고 있기에 더 커진 부담감 속에서도 가을잔치 참가를 올해 당연한 목표로 삼고 있다.

부담을 이기고 성적을 내려면 권혁이 필요하다. 혹사 후유증 때문에 지난 2년을 날리다시피 했지만, 건강한 권혁은 여전히 매력적인 좌완 계투요원이다. 시속 140㎞대 중반의 직구를 던지는 좌완은 어느 팀에나 귀하다. 게다가 권혁에게는 ‘희생자’ 같은 이미지까지 겹쳐져있다. 비록 프랜차이즈 스타는 아니지만, 한화의 암흑기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팬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아왔다.

시즌 도중 선수가 ‘2군행’ 지시를 거부하면 감독은 대개 강경하게 대응한다. 구단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임의탈퇴 같은 강수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쉽사리 권위에 도전하지 않는다. 시즌 준비기라도 마찬가지다. 1군 캠프냐 2군 캠프냐를 놓고 소모전을 벌일 이유가 딱히 없다. 시즌에 돌입해 경쟁력을 입증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권혁은 ‘보기 드문’ 전례를 남겼고, 한화는 ‘조건 없는’ 방출을 택했다. 설 연휴 초반 한편의 미니시리즈가 완성됐다. 어찌됐든 권혁은 희망대로 많은 기회를 얻고, 한화는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해 결말만큼은 모두 행복해지기를 기대해본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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