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 그들을 말한다] ‘부산 컴백’ 강영식 코치 “롯데표 화수분 야구가 목표”

입력 2019-02-0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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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함의 아이콘’이었던 강영식은 지난해 현역 유니폼을 벗고 코치로 변신했다. 친정팀 롯데 자이언츠에 복귀해 잔류군 재활 코치를 맡은 그는 “선수들의 몸은 물론 마음도 어루만지는 코치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스포츠동아DB

‘꾸준함.’ 롯데 자이언츠 강영식 잔류군 재활 코치(38)의 현역 시절을 드러내기에 이만한 단어는 없다.

2000년 해태 타이거즈(KIA의 전신)에 입단한 그는 2001년 삼성 라이온즈를 거쳐 2007년 트레이드로 롯데에 합류했다. 이때부터 강 코치의 꾸준한 걸음이 시작됐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9년 연속 50경기 이상에 출장했다. 조웅천(두산 베어스 코치·13시즌 연속) 다음으로 꾸준한 기록이다. 정우람(한화 이글스)이 2018시즌에야 강 코치와 어깨를 나란히 했을 뿐이다. 아울러 통산 750경기 등판은 역대 투수 7위다. 화려하진 않아도 ‘롯데 좌완 불펜’하면 자신의 이름을 떠오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유니폼을 벗은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렇듯, 강 코치는 자신의 현역 시절을 회상하면 아쉬움이 앞선다. 이제 마운드 위에서 그 아쉬움을 만회할 기회는 없지만 코치로 후배들을 돕는 것을 새로운 목표로 삼았다. 후배들이 자신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그래서 또 다른 꾸준함의 아이콘이 탄생하도록….


● ‘선수 강영식’이 아쉬운 ‘코치 강영식’


꾸준함의 아이콘이지만 굴곡이 없던 것은 아니다. 2009시즌 종료 후 왼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고, 해를 거듭할수록 허리와 종아리 등 잔부상에 시달렸다. 은퇴 직전인 2017시즌에는 왼 종아리 통증 여파로 4경기 출장에 그쳤고, 결국 유니폼을 벗었다.

특유의 성실함으로 현장 지도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던 그에게 경찰 야구단 유승안 감독이 손을 뻗었다. 그렇게 코치로 야구인생 2막을 열었다. 2년의 군 복무를 위해 경찰 야구단에 입대한 선수들을 지도한 그는 올 시즌부터 롯데 잔류군의 재활코치로 또 한 번 변화를 맞이했다.


-유니폼을 벗은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코치로 첫 해를 보낸 시점에서, ‘선수 강영식’이 ‘코치 강영식’을 찾아온다면 뭐라고 조언하고 싶나?

“감정에 치우치지 말라고 하고 싶다. 목표가 확실해도 직진만 할 수는 없다. 가끔은 방지턱에 걸리고, 흔들리는 순간이 온다. 선수 강영식은 그때마다 무력해졌다. 실패를 당연하게 여기지 못한 것이다. ‘괜찮아’라고 털어내지 못했고 극단적으로 생각했다.”


-그 마음은 재활코치가 된 지금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선수들의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것이 최우선이다. 하지만 그보다 마음을 먼저 달래주고 싶다. 재활군 선수들은 벼랑 끝에 있다. 재활 프로그램보다 선수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 자칫 야구에 대한 열정을 잃고 늘어지기 쉽다. 반대로 서둘러 복귀하고자 하는 마음에 무리하는 경우도 있다. 둘 모두 심리적 재활이 동반되지 않기 때문이다. 동기부여, 혹은 오버 페이스 방지에 신경 쓸 생각이다.”

롯데 강영식 코치. 스포츠동아DB


● 1년 만에 이룬 롯데 복귀의 꿈

2018년 초 경찰 야구단으로 떠난 그는 부산에 머무는 가족들과 잠시 이별했다. 실제 고향은 대구지만 마음 속 고향은 부산이다. 팀을 떠나고 유니폼을 벗었지만 롯데에 대한 애정 역시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 강 코치는 1년 만에 ‘인생의 목표’였던 롯데 복귀를 해냈다.


-프로팀 코치 데뷔를 친정팀에서 하게 됐다.

“롯데 복귀는 내 목표였다. ‘언젠가는 롯데로 갈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자이언츠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 팬들의 과분한 관심 역시 롯데 유니폼을 입었을 때 느꼈다. 내가 처음 롯데에 왔을 때 심적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 나를 (손)민한이 형, (주)형광 코치님, (이)대호 등 중고참들이 잡아줬다. 롯데만의 정이다. 그걸 후배들과도 함께 느끼고 싶다.”


-우승에 대한 팬들의 열망 역시 잘 알 것 같다.


“물론이다. 선수 때 못했던 롯데의 우승을 코치 때라도 해보고 싶다. 지난해 12년 만에 밖에서 지켜본 롯데는 부상자가 많았다. 주축 선수들이 경기에 나서 기여해야 하는데, 그들이 부상으로 빠지거나 복귀 후에도 고전했다. 코치 초년병인 내가 중책을 맡은 것 같다.”


-강영식 코치가 있을 때 롯데가 어떤 팀이 되었으면 좋겠나?

“잔류군에서 ‘화수분 야구’의 틀을 잡고 싶다. 늘 자원이 넘치도록 만드는 것이 잔류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부상은 피할 수 없다. 한 명이 빠져도 공백이 느껴지지 않아야 강팀이다. 내년, 내후년 1군 자원으로 쓸 수 있는 선수를 많이 배출하고 싶다. 롯데라고 화수분 야구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 시스템이 갖춰지면 팬들이 그토록 바라는 ‘V3’도 머지않을 것이다.”


● 강영식 코치는?


▲ 생년월일=1981년 6월 17일 ▲ 출신교=칠성초~경복중~대구상원고 ▲ 프로 경력=해태 타이거즈(2000년)~삼성 라이온즈(2001~2006년)~롯데 자이언츠(2007~2017년) ▲ 프로통산 성적=750경기 679이닝 32승32패 11세이브 116홀드 ▲ 지도자 경력=경찰 야구단 투수코치(2018년)~롯데 잔류군 재활코치(2019년~)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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