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리포트] “모두 납득할 성적” 5년차 엄상백, 기록을 목표삼다

입력 2019-02-1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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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5년차를 맞은 KT 위즈 투수 엄상백(앞쪽)은 지난해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후회 없는 2019시즌을 치르기로 다짐한 그는 “올해는 누가 봐도 ‘잘했다’고 납득할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제공|KT 위즈

“가을야구가 목표다. 개인기록은 신경 쓰지 않는다.”
“아직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욕심내지 않겠다.”
“보직은 중요하지 않다. 감독님의 지시대로 하겠다.”

KBO리그 선수들 대부분은 인터뷰 때면 이 같은 ‘하얀 거짓말’을 한다. 기록, 성적, 보직에 욕심 없는 선수는 없다. 성적이 곧 연봉으로 직결되는 프로이기에 더 좋은 기록을 탐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반대로 프로이기 때문에 자신의 욕심만을 내세울 수도 없다. 개인기록과 팀 성적 모두를 챙겨야 한다. 또 섣불리 높은 목표를 얘기한 뒤 이를 충족하지 못했을 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팬들의 비판도 의식해야 한다.

어느덧 프로 5년차를 맞이하는 엄상백(23·KT 위즈) 역시 다르지 않았다. 입단 첫해인 2015년부터 선발투수로 기회를 얻었으나 자리를 잡지 못했다. 결국 2017년부터는 줄곧 불펜에서 뛰었다. 엄상백은 매년 뚜렷한 개인목표를 갖고도 기사화는 원하지 않았다. 좋은 성적을 낸 뒤 그때 언급해달라는 의미였다. 아직까지는 성공보다 실패를 더 많이 경험했던 그는 섣불리 자신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올해는 태도를 바꿨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그는 “매년 스스로에게 후회가 많이 남았다. 눈에 보이는 기록이 좋지 않으니 당연했다”며 “올해는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 보직은 정말 욕심이 없지만, 어떤 자리에서든 가시적으로 뚜렷한 성적을 내고 싶다”고 밝혔다.

엄상백의 ‘커리어 하이’ 시즌은 2017년이다. 불펜으로만 52경기에 등판해 1승3패8홀드, 평균자책점 4.15를 기록했다. 두드러지는 성적은 아니다. 그는 “가장 좋았던 시즌도 화려하지 않았다. 올해는 ‘누가 봐도 잘했다’라고 모두 납득할 기록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과 박승민 투수코치의 부임으로 환경이 달라졌다. 모두가 백지에서 경쟁할 수밖에 없다. 전임 김진욱 감독에 이어 이강철 감독, 박승민 코치는 모두 잠수함투수 출신이다. 스리쿼터까지 팔의 각도를 올린 엄상백은 “좋은 지도자분들을 많이 만난 것 같다”며 “이강철 감독님은 나를 많이 믿어주시는 느낌이다. 기대를 많이 갖고 계시는 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엄상백에게 8회를 지우는 셋업맨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구위가 올라온다면 김재윤과 함께 ‘더블 스토퍼’로도 구상 중이다.

기대는 동기부여로 작용한다. 구체적인 목표를 언급한 엄상백은 올 시즌 후 스스로에게 몇 점을 매길 수 있을까. 이는 KT의 마운드 셈법에 중요한 질문이다.

투산(미 애리조나주)|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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