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투수들이 26일 일본 오키나와현 야에세초의 고친다 야구장 옆 축구장에서 훈련의 일환으로 축구공 돌리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 한화 이글스
26일 점심식사를 끝낸 한화 이글스 투수들은 어딘가로 하나둘 사라졌다. 휴식일 하루 전이라 일찍들 훈련을 마치고는 숙소로 돌아가는 것일까. 일본 오키나와현 야에세초의 고친다 공원 야구장 바깥의 주차장을 지나자 축구장이 나타났다. 일부 주민들만 이용하는 시설인 듯 잔디 곳곳은 파인 상태였고, 잡초도 제법 무성했다. 그런데 한쪽에 한화 투수들이 보였다.
둥그렇게 둘러선 한화 투수들은 술래로 보이는 선수를 가운데에 놓고 축구공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이리저리 패스를 돌렸다. 술래는 약이 바싹 올라 더 악착같이 공을 쫓았다. 그러나 얼마 뒤 술래는 체념한 듯 잔디 위에 풀썩 주저앉았다. 흔히 축구선수들이 워밍업 차원에서 가볍게 진행하는 축구공 빼앗기 훈련을 10명 남짓한 한화 투수들이 즐기고 있었다. 누군가 “다 개발들이네. 왜 이렇게 못하는 거야”라며 핀잔을 줬다. 도대체 야구선수들이 왜 축구공 놀이를 하는 것일까.
송진우 투수코치의 설명이 뒤따랐다. “체력훈련의 일환이다. 오전에 피칭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마치고나면 오후에는 러닝을 중심으로 정리운동을 한다. 매일 똑같은 방식으로 반복하다보면 지루해질 수 있어서 작년 스프링캠프부터 미야자키 마무리캠프까지 가끔씩 축구공 돌리기로 대체했다. 지루함도 달랠 수 있고, 안 쓰던 근육도 쓰니까 하체강화에 도움이 된다.”
축구공 돌리기를 끝낸 뒤에는 ‘축구공 리프팅’(바닥에 떨어트리지 않고 오래 차기)이 이어졌다. 내기라도 걸었는지 한 사람 한 사람 차례대로 리프팅을 마칠 때마다 탄성이 터졌다. 송 코치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축구공을 이용해 훈련하는데, 가끔은 선배들과 후배들로 팀을 나눠 커피 내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축구공 놀이가 낯선지 호주 출신의 외국인투수 워윅 서폴드는 20여m 떨어진 곳에서 혼자 가볍게 몸을 풀었다. 띄엄띄엄 지나가던 현지인들은 신기한 듯 바라봤다. 축구공 놀이에 푹 빠진 야구선수들의 모습은 분명 생소한 편이지만, 훈련의 집중도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면 공의 크기와 종류는 상관이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