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업’ 대한항공 베테랑 김학민이 사는 법

입력 2019-03-0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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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김학민. 스포츠동아DB

세월을 따라 팀과 개인의 위상은 크게 달라졌어도 베테랑 김학민(36)은 그대로다. 실전 코트 위에 섰을 때나 훈련복을 입어서나 앞장서 큰 목소리로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 그다. 여전히 압도적인 타점과 특유의 체공력에도 남모를 노력의 땀방울이 새겨져 있다.

자연스레 후배들에게 주전 자리를 내어줬다. 이젠 곽승석, 정지석으로 이뤄진 리그 정상급 날개 공격진의 든든한 백업 역할을 맡는다. 머리로는 변화를 인지했지만, 몸으로 따라가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주전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코트 위 분위기가 침체되어있을 때 이를 전환하는 ‘조커’ 역할을 맡게 된 터라 리듬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김학민은 “처음엔 적응이 잘 되지 않았다. 웜 업도 어렵고, 언제 경기에 투입될지 모르니 항상 준비해야했다”며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꾸는 데는 서브나 블로킹이 필요한데, 사실 그런 부분들이 쉽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물론 이제는 “분위기상 지금이다 싶은 상황에 맞춰 준비한다”는 노하우가 생겼다.

베테랑의 진가는 위기에서 곧잘 발휘됐다. 균열이 생길 때면 직접 나서 팀을 구했다. 적절한 타이밍에 천금같은 블로킹과 서브에이스를 터트렸고, 두 자릿수 득점 활약을 펼치는 등 김학민은 최근 대한항공의 7연승 뒤에 묵묵히 서 있다. ‘명품 백업’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그는 “팀에 도움이 되는 것 자체로 기분이 좋다. 찰나의 순간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어야 해 집중이 더 잘되는 것 같다”며 “팀원들도 좋아해준다. 더 많은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코트 밖에서는 더욱 많은 것들이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선수들에게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해주는데, 경기력에 반영이 되면 더 기쁘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 김학민. 스포츠동아DB


한국배구의 프로화 초창기였던 2006년 대한항공에 입단한 김학민은 당시만 해도 서른 살이면 선수 생활이 끝날 줄 알았다. 선수로서 ‘장수’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하지만 벌써 12시즌 째 대한항공에서 뛰며 원 클럽 맨의 영예까지 뒤따랐다. 철저한 몸 관리가 뒷받침된 덕분이다. 그는 여전히 주전 선수들과 똑같은 양의 훈련을 소화하며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김학민은 “나이를 먹고 매 시즌을 치르면서 이토록 오래 선수로 뛸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며 “특히 대한항공에서 내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한 팀에 오래 몸담을 수 있도록 도움을 많이 준 팀이라 더욱 고맙다”는 속마음을 꺼냈다.

남자부에선 통합 챔피언의 마지막 주인공이 2013-2014시즌의 삼성화재다. 7일 우리카드전서 승점 2를 더하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대한항공이 최근 몇 년간 아무도 이뤄내지 못한 통합 우승에 도전한다. 팀 창단 역사로도 처음이다.

김학민은 “지난 두 시즌 동안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례로 경험하면서 팀이 많이 단단해지고, 선수들 역시 여유가 생겼다”며 “올 시즌 3~4라운드에 침체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잘 극복해 경기력이 좋아졌다. 이를 잘 유지해서 우리가 원하는 마지막 목표를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이어 “최근 몇 년간 남자부에선 통합 우승을 한 팀이 없다. 대한항공이 통합 우승을 할 수 있도록 열심히 돕겠다”고 약속했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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