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현장] ‘우상’ 문제는 대가리, 한석규·설경구·천우희 “집요한 시나리오” (종합)

입력 2019-03-07 17: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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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현장] ‘우상’ 문제는 대가리, 한석규·설경구·천우희 “집요한 시나리오” (종합)

문제는 ‘대가리’다.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문제의 시작점을 고민했다’는 이수진 감독은 영화 ‘우상’을 통해 강렬한 시작과 묵직한 엔딩으로 메시지를 던졌다.

‘한공주’ 이수진 감독의 차기작인 ‘우상’은 아들의 뺑소니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까지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 했던 참혹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2월 14일,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인 파노라마 섹션에 공식 초청된 작품이다. 이로써 이수진 감독은 장편 데뷔작 ‘한공주’로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시체스 국제영화제, 마라케시 국제영화제, 청룡 영화상 등 국내외 유수 영화제를 휩쓴 데 이어 두 번째 연출작인 ‘우상’으로 세계 3대 영화제에 입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7일 서울 CGV 용산에선 ‘우상’ 언론배급시사회,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수진 감독은 이날 “단편영화를 만들 때 ‘내가 장편 영화를 만들 때 첫 영화로 어떤 이야기를 할까’를 고민했고 그것이 ‘우상’이었다. 오랫동안 한국사회의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보고, 그 시작을 고민해봤다.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다”라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영화에는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 등이 출연한다. 한석규는 아들의 뺑소니 사고로 벼랑 끝에 선 도의원 구명회로, 설경구는 아들을 잃고 비통함에 빠져 사고의 비밀을 밝히려 애쓰는 아버지 유중식으로 분한다. 천우희는 ‘한공주’ 이후 이수진 감독과 재회했다. 천우희는 사건 당일 중식(설경구 분)의 아들과 함께 있다 자취를 감춘 련화 역을 맡았다.


배우들은 ‘집요한 시나리오’를 한목소리로 극찬했다. 우선 한석규의 경우 ‘우상’을 새로운 한국영화라고 표현, “내 역할이 ‘우상’이다. 학벌, 지연에서 밀리는 콤플렉스를 지닌 사람이다. 내 캐릭터는 결국에는 자신의 목표를 이룬 것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과연 진짜 이루어진 것일까’ 싶다. 허상일지도 모른다. 인물을 통해서 우리의 모습을 돌아봤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설경구는 “영화가 촘촘하게 잘 짜여져 있고 색이 집요해보였다. 처음에는 캐릭터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었다. 유중식이라는 인물이 궁금했고 궁금증을 해결해보고 싶어져서 매력적으로 와 닿았다”며 “메인 캐릭터지만 리액션 담당이다. 재미있는 설정이었다”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특히 지천명 아이돌로 두터운 팬층을 지니고 있는 설경구는 ‘우상’에서 비주얼을 포기했다. 이에 대해 그는 “‘불한당’에서 겨우 겨우 펴놨는데 다시 구겨졌다. 하지만 팬들이 예쁘게 봐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비주얼 변신을 언급해 웃음을 선사했다. 이수진 감독은 “그렇게 많이 구겨지지 않았다. 처음에 탈색 설정을 좋아하셨다. 살도 많이 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생을 많이 해서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전무후무한 캐릭터로 분한 천우희는 “시나리오가 갖고 있는 집요함과 련화의 강렬함이 인상적이었다. 두려움이 앞섰다. 감독님이 ‘한공주’와 다르게 나를 어떻게 변신시켜줄지 궁금해져서 출연할 수밖에 없었다”며 “련화는 생존만 향해 간다. 우상을 꿈꾸지도 못한다”고 강조했다.

촘촘한 시나리오는 배우들을 힘들게 했다. 설경구는 “쉬운 캐릭터가 아니었다. 감정의 최절정에서 시작하는 인물이다. 감독 말로는 가장 뜨겁게 시작해서 차갑게 끝난다. 촬영 때마다 내 감정은 기승전결이 아닌, ‘빡’ 치고 나가는 감정이어야 했다. 워밍업 자체가 없어서 촬영 전부터 끌어올리고 시작했어야 했다. 부족함을 느꼈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천우희 역시 “한계를 느꼈다”며 “련화 캐릭터 자체가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설명된다. 나 또한 상상이 많이 필요했다. 강하고 센 캐릭터를 많이 해봐서 이번에도 잘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인물의 감정을 6개월 동안 유지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촬영 비화를 추억했다.


‘우상’은 관객에게 미묘한 감정을 심어주면서 마무리된다. 이수진 감독은 “마지막 장면은 ‘우상’을 만든 이유다. 내가 객석에 앉아 있는 인물은 아닐까. ‘나 역시 맹목적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귀띔했다.

“상영시간 144분도 짧다”며 영화가 지닌 의미를 고민해 줄 것을 거듭 강조한 한석규, 은유(metaphor)와 함께 흘러가는 영화이자 베를린을 홀린 문제작은 오는 20일 한국에서 개봉된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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