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악질경찰’ 이선균 “‘세월호’ 참사 때문이라도 더 치열하게 찍었다”
“‘세월호’ 참사 이야기가 들어가 있으니 어느 때보다 더 치열하고 열심히 찍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성취감도 있고요. 늘 간직하고 싶은 영화가 될 것 같아요.”
치열과 성취감. 배우 이선균은 인터뷰 내내 이 단어를 계속 사용했다. 이 영화가 세상의 빛을 볼 때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있었다. 투자부터 캐스팅도 어려웠고 개봉도 1년이나 미뤄졌다. 드디어 올해 빛을 보게 된 ‘악질경찰’. 아무래도 ‘세월호’ 이야기에 투자나 캐스팅이 쉬울 리가 없었다. 시나리오가 돌고 돌아 이선균에게 갔고 대학 시절부터 함께 했던 이정범 감독에게 깊은 신뢰를 갖고 있었던 터라 그의 손을 잡았다.
“저보다 제작자들이 더 용기 내서 결정했을 거예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오히려 ‘이걸 왜 주저하지?’라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이 영화가 ‘세월호’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전면으로 내세운 것이 아니었잖아요. 저는 ‘한 어른의 반성’이라는 느낌이 더 와 닿았어요. 그래서 큰 고민 없이 선택을 했어요. 단지 상업영화에 이 소재가 들어간 것에 대해 우려가 있었지만 감독님의 진심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준비를 했죠. 어떤 영화보다 치열하게 촬영했고 예정보다 1년이 지나고 개봉됐잖아요. 그래서 복합적인 감정이 생기고 더 애정이 가요.”
‘악질경찰’에서 이선균은 자칭 ‘경찰이 무서워 경찰이 된 사람’이 된 ‘조필호’역을 맡았다. 그는 무늬만 경찰이지 하는 행동은 동네 양아치 수준이다. 언제나 뒷돈을 챙길 생각만 하고 심지어 범죄까지 사주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경찰 압수창고에서 폭발 사건이 터지며 순식간에 용의자로 몰리게 되고 자신에게 필요한 돈과 증거를 갖고 있는 ‘미나’를 찾는다. 그러면서 폭발사고가 대기업과 연관돼 있다는 사실과 ‘미나’가 세월호 참사 피해자의 친구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조금씩 변모한다.
이 영화는 단순히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자는 것만은 아니다. 이와 관련된 의혹들은 수면 아래로 잠겼고 이후에 사회를 이끈다는 ‘어른’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되묻기도 한다. 이선균은 이 영화를 찍으며 진짜 어른은 무엇일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고도 말했다. 그는 “아마 사건 자체보다 ‘어른이 된다는 것’, ‘어른으로서 사는 것’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는 영화일 것 같다”라고 말했다.
“‘어른이 뭐지?’라는 자기 성찰을 했다고 할까요. 전 삶을 뒤돌아봤을 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후배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주는 것보다 제 모습이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 굳이 좋은 영향력을 주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내가 더 잘하는 것? 그게 어른스러움이 아닐까란 생각을 했어요.”
또 그는 “조필호도 나쁜 놈이지만 그 만의 악랄함의 기준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자기 눈앞에 보이는 대기업의 횡포와 악랄함에 분개했을 것이다. 이 감정을 크게 터트리기 위해서는 초반에 정말 양아치처럼 보여야 했다. 그러다 ‘미나’라는 아이를 만나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으로 마음에 큰 변화와 각성하는 모습을 보였을 때 큰 파급력이 있을 거라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또 ‘끝까지 간다’ 때도 비리 형사였기 때문에 이정범 감독이 더 독하게 가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외형적인 면에서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경찰배지만 없으면 경찰인지 모를 정도의 의상을 입었죠. 제 모습을 본 저도 ‘완전 양아치네’라고 말했어요.(웃음) 그리고 조필호가 가장 충격을 받게 되는 사건이 터지고 자기반성을 하게 되잖아요. 그 개연성을 가지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을 많이 했죠.”
‘끝까지 간다’에 이어 이선균은 이번에도 일명 ‘생활 액션’을 펼친다. 박해준(권태주 역)과 여러 장소에서 부딪히며 고난도 액션을 펼친다. 보기만 해도 강한 액션이 넘친다. 이를 위해 촬영 전 박해준과 액션스쿨에서 체력훈련을 하며 준비했다. 그는 “집에서 싸우는 건 확실히 더 힘들다. 물건들이 있기 때문에 부상에 더 주의해야 하고. 이번에 액션 하면서 조금씩 다치긴 했지만 큰 부상은 없었다”라며 “숨이 넘어갈 정도로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그래도 뿌듯했다”라고 말했다.
“맨 마지막에 너무 맞아서 이가 빠지는 장면도 나오잖아요. 처음엔 앞니가 빠진 것처럼 하려고 했는데 너무 웃긴 거예요. 장면은 무섭고 잔인한데 제 앞니를 보고 웃음이 터질까봐 위치를 바꿨어요. 속옷 차림 액션이요? 처음엔 좀 민망한데 하다보면 그런 것도 잊어버려요. 그런데 앞에 학생들이 너무 많긴 했나요? 하하.”
이선균은 4월에 ‘킹 메이커 : 선거판의 여우’(감독 변성현) 촬영에 들어가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개봉도 앞두고 있다. 그는 “올해 개봉이 많이 돼서 기대가 되고 바쁜 한 해를 보낼 것 같다”라며 “아직까지 제작진들이 저를 많이 찾아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예전에 한창 제 영화 성적이 좋지 않을 때 ‘진짜 관둬야 하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럴 때마다 기운 내라고 좋은 성적을 받는 작품들이 있더라고요. 최근에 ‘나의 아저씨’가 그런 작품이었고. 올해도 그런 해인 것 같아요. ‘악질 경찰’도 많은 사랑 받았으면 좋겠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