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세대교체 흐름 앞당기는 이용규 파문

입력 2019-03-19 09: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화 이용규. 스포츠동아DB

한화 이용규. 스포츠동아DB

세대교체와 리빌딩은 2016년 11월 박종훈 단장(60), 2017년 10월 한용덕 감독(54)의 취임 이후 한화 이글스가 일관되게 추진 중인 기조다. 2006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끝으로는 포스트시즌 문턱에도 서지 못한 데 따른 반성, 이를 타파하고자 시도한 여러 노력들이 번번이 실패한 데 따른 자각의 결과다. 그 여파로 일부 베테랑 선수들의 입지는 지속적으로 축소돼왔다.

외야수 이용규(34)의 트레이드 요청은 이 같은 흐름에 불편함을 느낀 일부 노장선수들의 현주소 또는 반발을 상징하는 일련의 사건들 중 하나다. 이미 권혁(36), 배영수(38·이상 두산 베어스), 심수창(38·LG 트윈스)은 지난겨울 앞 다퉈 새 둥지를 찾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통해 일시적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영입파라는 데 있다. 그들을 불러준 김응용, 김성근 전 감독이 별다른 성과 없이 한화를 떠나자 자연스레 그 뒤를 따르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다른 길을 택한 노장들도 있다. 국가대표 2루수로 명성을 떨친 정근우(37)는 지난해 1루수에 이어 올해는 외야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은퇴를 바라보는 나이에 매년 포지션 변경을 시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 다른 팀들에서라면 흔치 않은 일이기도 하다.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 중인 박용택(40·LG), 2017년을 끝으로 삼성 라이온즈에서 은퇴한 이승엽(43)이 좋은 예다.

한화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1999년 입단한 투수 박정진(43)은 올해까지 1년 더 남은 계약기간을 채우지 않고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은퇴를 결정했다. 2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부터 구단 내 여러 프런트 업무를 익히고 있다. 박정진은 20년간 한화 유니폼만 입은 프랜차이즈 스타였지만, 세대교체의 도도한 흐름을 거스르진 못했다.

이용규의 트레이드 요청은 결국 한화의 세대교체작업에 가속도를 붙여줄 또 하나의 동인이 될 수밖에 없다. 좌익수는 이제 더 이상 이용규의 자리가 아닐 공산이 높다. 또 시즌 개막을 목전에 두고 이용규가 팀 분위기를 해쳤다는 점에서 향후 남은 베테랑 선수들의 입지 또는 발언권은 더욱 축소될 여지가 있다. “어물쩍 넘기지는 않겠다”며 강경 방침을 예고한 한화 구단은 이르면 ‘2019 신한은행 MY CAR KBO 미디어데이&팬페스트’가 열리는 21일 이전에 이용규에 대한 모종의 처분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