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용규. 스포츠동아DB
세대교체와 리빌딩은 2016년 11월 박종훈 단장(60), 2017년 10월 한용덕 감독(54)의 취임 이후 한화 이글스가 일관되게 추진 중인 기조다. 2006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끝으로는 포스트시즌 문턱에도 서지 못한 데 따른 반성, 이를 타파하고자 시도한 여러 노력들이 번번이 실패한 데 따른 자각의 결과다. 그 여파로 일부 베테랑 선수들의 입지는 지속적으로 축소돼왔다.
외야수 이용규(34)의 트레이드 요청은 이 같은 흐름에 불편함을 느낀 일부 노장선수들의 현주소 또는 반발을 상징하는 일련의 사건들 중 하나다. 이미 권혁(36), 배영수(38·이상 두산 베어스), 심수창(38·LG 트윈스)은 지난겨울 앞 다퉈 새 둥지를 찾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통해 일시적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영입파라는 데 있다. 그들을 불러준 김응용, 김성근 전 감독이 별다른 성과 없이 한화를 떠나자 자연스레 그 뒤를 따르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다른 길을 택한 노장들도 있다. 국가대표 2루수로 명성을 떨친 정근우(37)는 지난해 1루수에 이어 올해는 외야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은퇴를 바라보는 나이에 매년 포지션 변경을 시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 다른 팀들에서라면 흔치 않은 일이기도 하다.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 중인 박용택(40·LG), 2017년을 끝으로 삼성 라이온즈에서 은퇴한 이승엽(43)이 좋은 예다.
한화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1999년 입단한 투수 박정진(43)은 올해까지 1년 더 남은 계약기간을 채우지 않고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은퇴를 결정했다. 2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부터 구단 내 여러 프런트 업무를 익히고 있다. 박정진은 20년간 한화 유니폼만 입은 프랜차이즈 스타였지만, 세대교체의 도도한 흐름을 거스르진 못했다.
이용규의 트레이드 요청은 결국 한화의 세대교체작업에 가속도를 붙여줄 또 하나의 동인이 될 수밖에 없다. 좌익수는 이제 더 이상 이용규의 자리가 아닐 공산이 높다. 또 시즌 개막을 목전에 두고 이용규가 팀 분위기를 해쳤다는 점에서 향후 남은 베테랑 선수들의 입지 또는 발언권은 더욱 축소될 여지가 있다. “어물쩍 넘기지는 않겠다”며 강경 방침을 예고한 한화 구단은 이르면 ‘2019 신한은행 MY CAR KBO 미디어데이&팬페스트’가 열리는 21일 이전에 이용규에 대한 모종의 처분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