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동영상을 불법 촬영·공유(유포)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30)이 22일 구속 후 첫 경찰 조사를 받고 9시간 만에 유치장으로 돌아갔다. 경찰은 정준영 휴대폰 1대에서 증거 인멸 시도 정황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구속된 정준영은 이날 오후 1시 30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해 밤 10시 30분경 조사를 마치고 나왔다. 정준영은 ‘피해자들에게 할 말 없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다”고 반복한 뒤 현장을 떠났다.
경찰에 따르면 정준영이 앞서 임의 제출한 휴대폰 3대 중 1대에서 증거인멸 시도 정황이 발견됐다. 정준영이 초기화 등을 통해 데이터를 모두 삭제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초기화된 휴대폰 데이터를 복구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준영이 휴대폰을 초기화한 시점과 이유 등에 대해 조사 중이다. 또한, 경찰은 수사상의 이유를 들어 정준영이 초기화된 휴대폰을 사용한 시기 등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정준영은 2015년 말 빅뱅 전 멤버 승리(29·본명 이승현) 등이 포함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등에서 여성들과의 성관계 사실을 언급하며 몰래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전송하는 등 불법 촬영물을 지인들과 수차례 공유한 것으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 12일 정준영을 입건, 피의자로 전환했다. 구속 전 14일과 17일 두 차례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정준영으로부터 이른바 ‘황금폰’으로 불리는 휴대폰을 포함한 총 3대의 휴대폰을 임의 제출받았다. 또 정준영 자택을 압수 수색을 한 바 있다.
이후 경찰은 18일 정준영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도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리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1일 임민성 부장판사는 정준영에 대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피의자(정준영)가 제출한 핵심 물적 증거의 상태 및 그 내역 등 범행 후 정황, 현재까지 수사 경과 등에 비춰보면,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고 범행의 특성과 피해자 측 법익 침해 가능성이 있다”며 “피의자에 대한 구속 사유와 그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정준영은 아직 검찰로 송치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치소가 아닌 서울 종로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되어 있다.
그런 가운데 경찰은 정준영의 2016년 ‘전 여자친구 몰카 사건’에 대한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당시 무혐의 처리 과정에서 경찰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당시 사건을 맡은 서울 성동경찰서 소속 경찰을 직무유기 혐의로, 정준영의 담당 변호인은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하고 내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한편 정준영은 지난 21일 구속심사에 앞서 취재진에게 자신이 준비한 입장문을 읽으며 심경을 전했다. 당시 정준영은 “정말 죄송하다. 나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 나에 대한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 그리고 오늘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는 수사기관의 청구내용을 일체 다투지 않고 법원에 내려지는 판단에 겸허히 따르겠다”며 “다시 한번 나로 인해 고통받은 피해 여성들 사실과 다르게 아무런 근거 없이 구설에 오르며 2차 피해를 입으신 여성들, 지금까지 내게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신 모든 분에게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수사 과정에 성실히 응하고 내가 저지른 일들을 평생 반성하면서 살아가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