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리그1은 ‘수문장 무한경쟁 시대’다. 붙박이라는 개념 대신 전략과 실력 위주의 투입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주전 장갑을 놓고 수원 삼성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는 노동건과 김다솔, 그리고 FC서울에서 치열한 주전 다툼을 펼치고 있는 유상훈과 양한빈(왼쪽부터). 사진|스포츠동아DB·한국프로축구연맹
요즘은 다르다. 실점이 적다고, 선방이 많다고 각광받는 시절은 지났다. 현대축구에서 골키퍼는 위기를 최종 차단하는 임무 이외에도 후방에서 동료들의 움직임을 조율하며 빌드업, 심지어 팀 공격의 시발점이 돼야 한다. 골키퍼가 정확한 볼 배급으로 득점 찬스를 창출하는 장면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올 시즌 K리그1에는 한 가지 큰 특징이 있다. ‘골키퍼 로테이션’이다. 8라운드를 마친 정규리그에서 골키퍼를 두 명 이상 활용한 팀은 12개 구단 중 9개에 달한다. 2018러시아월드컵을 통해 슈퍼스타로 떠오른 조현우를 보유한 대구FC와 20세 이하(U-20) 대표팀을 거친 송범근이 버티는 전북 현대, 빼어난 실력을 갖춘 이창근이 있는 제주 유나이티드를 제외한 모든 팀들이 서브 골키퍼를 투입했다.
그 중 수원 삼성이 인상적이다. 노동건과 김다솔의 주전싸움이 흥미롭다. 나란히 4경기씩 소화했다. 김다솔이 개막 이후 3경기 선발로 앞선 듯 했지만 노동건이 4라운드를 기점으로 입지를 다졌다. 기록으로는 한 골만 내준 노동건이 11실점의 김다솔보다 우위이지만 실점이 꼭 골키퍼만의 몫은 아니다.
포항 스틸러스도 강현무와 류원우가 각각 4경기씩 소화했다. 류원우(5실점)가 강현무(8실점)를 기록에서는 앞서나 포항도 수원과 같은 고민에 빠진 상태다. 뒷문이 좀처럼 안정을 주지 못한다.
경남FC는 이범수에게 5경기(10실점), 손정현에게 3경기(7실점)를 맡겼다. 창단 이후 처음 출격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를 경험하고 있어 수문장들에게도 변화를 줄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외에 울산 현대는 오승훈(6경기·4실점)과 조수혁(2경기·1실점)을, 인천 유나이티드가 정산(6경기·0실점), 이태희(2경기·5실점)를 투입한 가운데 7대1 비율로 리그경기를 마친 팀도 있다. 김동준(7경기·7실점)과 전종혁(1경기·1실점)이 몸담은 성남FC와 윤보상(7경기·7실점), 권태안(1경기·1실점)의 상주 상무다.
FC서울도 골키퍼 로테이션을 시도했다. 유상훈이 7경기에서 4실점으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잦은 실수로 불안하자 최용수 서울 감독은 양한빈을 지난 주말 인천과 홈경기에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최 감독은 “책임감도 나눠야 한다. 많은 선수들을 시즌 초에 활용해야 하고 실험도 필요하다. (유)상훈이가 잘했으나 (양)한빈이도 항상 열심히 준비하며 기회를 기다려왔다”고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강원FC 역시 골키퍼 두 명이 출격했으나 주전 김호준(8경기·10실점)이 3월 울산과 홈경기에서 안면 부상을 입고 얼굴이 부어올라 함석민(1경기·0실점)이 후반전 교체 투입된 것으로 다른 팀들과는 차이가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