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100년, 최고의 작품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입력 2019-06-12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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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은 1989 년 제42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를 비롯해 각종 영화상을 석권했다.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 사진제공|한국영상자료원

각본·연출·편집 등 1인 독립 제작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황금표범상
한국영화 첫 파리 상업극장서 개봉

“한국영화가 상업적인 기반으로 프랑스 파리 시중극장에서 개봉하기는 처음이다.”

1990년 3월15일자 동아일보는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 전날 파리 시내 220석 규모의 ‘7월14일 극장’에서 개봉했다고 알렸다. 당시 소재와 장르의 다변화가 한창이던 한국영화 가운데 프랑스 관객의 선택은, 선문답 같은 제목을 가진 이 영화였다.

1989년 배용균 감독이 만든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은 고집스러울 만큼 집요한 작업 끝에 나온 문제작이자 당대 한국영화계가 이루지 못한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작품이다.

깊은 산사의 노승 혜곡(이판용)은 동상 치료를 위해 산 밑 병원을 찾는다. 그 길 위에서 만난 두 살배기 고아 해진을 데려와 기른다. 혜곡과 동자승 해진(황해진)이 지내는 산사로 젊은 스님 기봉(신원섭)이 찾아온다. 기봉은 속세의 인연을 아직 끊지 못하고 있다. 영화는 노승과 동자승 그리고 번민하는 젊은 스님을 통해 불교의 철학과 성찰을 이야기한다.

배용균 감독은 1981년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해 1985년 촬영을 시작했고, 4년 동안 작업 끝에 영화를 완성했다. 각본과 연출은 물론 촬영, 조명, 미술, 편집을 손수 해냈다. 당시 제도권 영화계가 해온 것과는 차원이 다른 ‘1인 독립 제작’ 방식이었다. 감독은 또 기성배우들을 배제하고 출연진을 연기 경험이 없는 신인으로 기용했다.

상영시간 2시간15분의 영화는 심오한 불교 철학은 물론 한국적인 영상미의 극치로도 평가받는다. “감독의 구도자적 자세로 인해 영화의 모든 장면이 하나의 시이자 그림이며 침묵이 된다”(‘죽기 전에 꼭 봐야 할 한국영화 1001’, 이세기)는 평가도 따른다.

최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해 화제이지만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이 1989년 거둔 성취는 그 못지않다. 제42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대상인 황금표범상을 비롯해 국제기자협회상·기독교평론가상·청년비평가상 등 특별상까지 석권했다. 그에 앞서 5월 열린 제4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는 실력 있는 신인감독의 작품을 소개하는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1989년 8월15일자 한겨레는 “집단작업으로서만 가능했던 영화예술을 개인적인 창작차원으로 끌어들인 제작과정이, 작품 완성도 못지않게 영화작업에서 감독의 역할을 중시하는 작가주의 취향의 유럽 영화계에서 주목받았다”고 분석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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