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베테랑의 품격’ 이성우 “LG 투수들과 함께하는 것, 내게는 행운”

입력 2019-07-02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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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성우. 스포츠동아DB

LG 트윈스 포수 이성우(38)는 2018시즌 SK 와이번스에서 데뷔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기쁨을 만끽할 즈음 방출의 아픔을 느껴야 했다.

현역 연장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포수 자원이 필요한 구단은 꽤 있었지만 좀처럼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리지 않았다. “그만 둘 생각도 하고 나왔다. KBO리그가 아니라 어디서든 야구를 하려고 했다.” 이성우의 회상이다.

일말의 기대마저 접으려던 찰나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지는 LG였다. 유강남과 정상호의 비교적 탄탄한 포수진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성우의 풍부한 경험은 분명 매력적이었다. SK 시절 트레이 힐만 감독은 “나는 포수의 수비력에 더 중점을 둔다. 그래서 이성우에게 기회를 더 줄 것”이라고 했을 정도로 믿음이 컸다. 투수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온화한 리더십은 이성우가 지닌 또 다른 무기였다. 당시 여러 야구인들이 “안방이 약한 롯데 자이언츠가 이성우를 영입하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입을 모은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선수와 구단 모두에게 ‘윈-윈’이다. 이성우의 올 시즌 타격 성적은 23경기 타율 0.162(37타수6안타), 4타점에 불과하다. 그러나 포수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인 수비에서 남다른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다. 이성우가 포수 마스크 쓴 115.2이닝 동안 LG 투수진의 평균자책점은 2.10(27자책점)에 불과하다. 포수의 블로킹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인 Pass/9((폭투+포일)×9÷소화 이닝수)이 0.233(폭투 3개)으로 좋고, 도루저지율도 0.333(18시도 6저지)으로 준수하다. 포수 본연의 역할만큼은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주전 포수 유강남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던 6월 3일부터 13일까지 11일간 공백을 완벽에 가깝게 메우며 주목을 받았다.

이성우는 “(유)강남이가 이탈한 뒤 부담도 컸고, 긴장되기도 했다. 내가 마스크를 썼을 때 팀이 지면 그만큼 얘기가 나올 수 있었다”면서도 “우리 투수들이 강남이, (정)상호와 호흡을 많이 맞춰봤기 때문에 나는 그 틀을 깨트리지 않으려고 했을 뿐이다. 다행히 결과가 잘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투수들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진짜 좋다”고 감탄하기도 했다. 이성우는 “우리 투수들이 정말 좋은 공을 갖고 있다. LG의 좋은 투수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도 내게는 행운이다. 함께하면서 나도 놀라고 있다. 솔직히 현시점에 내가 1군에 있을 줄 몰랐다. 위치가 어디든 묵묵히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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