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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KBO리그에선 ‘투고타저’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2014년 시작된 ‘타고투저’의 시대가 극적으로 저물고 있다. 공인구의 반발력을 일본프로야구 수준으로 낮추자마자 벌어진 일이다. 조금은 허탈하고 씁쓸한 결말이다. 지난 5년간의 타고투저가 한낱 거품에 지나지 않았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타고투저의 원인을 놓고 “타격기술의 급격한 발전”을 지목했던 현장 야구인들과 전문가들을 머쓱하게 만드는 결과다.
투고타저의 도래와 더불어 ‘야구의 꽃’이라는 홈런이 줄자 공교롭게 관중도 줄고 있다. 지난 3년 동안은 매년 800만 관중을 넘어섰지만, 이대로라면 올해는 여의치 않다. 800만 관중의 마지노선인 경기당 1만1000명대에 미달하고 있다.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 관중추이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무더위를 씻어줄 시원한 홈런포가 펑펑 터져주기만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관중의 발걸음을 붙잡아두기 위해선 새로운 흥행동력을 확보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경기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특히 시즌 초반부터 상·하위권의 극심한 전력차가 부각된 터라 더 절실하다. 몇몇 팀들의 경기력은 과연 프로에 어울리는지 종종 의심스러울 때도 있다. 어이없는 실책, 끝내기 폭투뿐 아니라 스트라이크를 못 던지는 투수를 보고 있노라면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지난 10년간 KBO리그의 인프라와 환경은 몰라보게 개선됐다. 구단은 2개 더 늘었고, 곳곳에 최신식 구장이 속속 등장했다. 100억 원 넘는 몸값으로 갑부 대열에 합류한 스타들도 생겼다. 그러나 이 같은 외형적 성장에 걸맞은 경기력은 당연한 요구임에도 팬들은 물론 현장 야구인들은 한숨을 짓는다. 연봉 1위 팀이 “느그가 프로가?”라는 빈정거림을 사고 있으니 말이다.
단기간에 실력이 향상될 리는 만무하다. 쏟아부은 돈 만큼 능력치가 올라가는 게임 캐릭터가 아니니 별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한시적으로라도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외국인선수 등록·출전 규정의 손질도 그중 하나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무작정 반대할 일만은 아니다. 경기력에 대한 비난, 그로 인한 관중감소의 근본적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2명 등록·2명 출전이던 외국인선수 규정은 2014년부터 3명 등록·2명 출전으로 바뀌었다. 2013년 제9구단 NC 다이노스가 1군에 합류하고 2015년 제10구단 KT 위즈가 데뷔하는 사이의 시기였다. 그 덕에 한동안 KBO리그에서 종적을 감췄던 외국인타자들도 되돌아올 수 있었다. 급격한 구단수의 증가에 따른 경기력 저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그럼에도 2년 간격으로 2개 구단이 늘어난 충격을 흡수하기에는 미흡한 수준이었음이 올해도 리그 전체의 경기력에서 여실히 입증되고 있다. 무한보유·4명 등록인 일본프로야구처럼은 아니더라도 KBO리그의 외국인선수 규정 역시 현실에 맞게 재손질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신규 외국인선수 계약에 한해 100만 달러 상한선을 설정한 여파로 교체 자원을 제대로 수급하기도 어려워졌다. KBO리그의 모든 구성원에게는 양질의 경기를 보여줄 의무가 있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