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후 5분, 롯데 라커룸에서 들려오는 변화의 박수 소리

입력 2019-08-0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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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공필성 감독대행(사진)은 지휘봉을 잡은 이후 매 경기 후 5분가량 팀 미팅을 하고 있다. 질책을 위한 시간이 아닌 함께 서로를 격려하기 위한 자리다. 달라진 롯데를 상징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롯데 공필성 감독대행(사진)은 지휘봉을 잡은 이후 매 경기 후 5분가량 팀 미팅을 하고 있다. 질책을 위한 시간이 아닌 함께 서로를 격려하기 위한 자리다. 달라진 롯데를 상징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와! 짝짝짝”

매 경기 종료 후 평균 5분 안팎. 롯데 자이언츠 라커룸에서는 박수 소리가 들려온다. 결과는 상관없다. 패한 날에도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와 박수가 이어진다. ‘공필성호’ 출범 후 10경기도 지나지 않았지만 롯데 곳곳에는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고, ‘경기 후 5분’은 달라진 롯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양상문 감독과 이윤원 단장은 전반기 최하위 책임을 지고 동반 자진 사퇴했다. 공필성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현장의 소방수 역할을 맡았다. 공 대행은 수석코치로 반 시즌 간 롯데의 추락을 지켜봤기 때문에 바뀌어야 할 포인트도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날 때마다 ‘납득’이라는 단어를 빼놓지 않는다.

“우승팀도 10게임 중 3경기는 패한다. 모든 게임을 이길 수는 없다. 하지만 팬들과 선수단, 코칭스태프, 경기를 지켜보는 업계 관계자들까지도 납득할 만한 경기를 해야 한다.”

전반기 롯데는 우스꽝스럽게 패하는 경우가 잦았다. 해외 토픽에 소개될 만한 실책과 황당한 플레이가 이어졌다. 그렇게 지면 1패 이상의 충격파가 라커룸을 감싼다. 공 대행은 이 점을 전반기 롯데의 패인으로 꼽은 것이다.

공 대행이 택한 변화는 두 가지다. 첫째는 자율, 둘째는 소통이다. 훈련량은 일부 베테랑들이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로 자율에 맡겼다. 자율을 받는 대신 책임감을 가져 달라는 의미다. 실제로 전준우는 “오히려 훈련량은 전반기에 비해 많아졌다. 자유를 계속 누리기 위해서는 자신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알아서 그라운드로, 실내 연습장으로 나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소통 역시 마찬가지다. 롯데는 공 대행 주재로 매 경기 종료 후 5분 남짓의 미팅을 갖는다. 과거의 ‘집합’과는 다른 개념이다. 공 대행은 이 시간을 ‘리뷰’로 명명했다. 학습과 성장이 필요한 2군 선수단에게 경기 후 미팅은 익숙한 개념이지만 1군에서는 그렇지 않다. 공 대행도 “선수들도 생경하긴 할 것”이라며 웃었다.

리뷰의 포인트는 두 가지다. ‘어떻게 경기를 해야 하고, 강팀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와 ‘이날 경기가 납득이 가는지’다. 잘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히 칭찬하고, 보완할 부분을 한번 짚고 넘어가는 과정이다. 코치나 선수 한 명을 특정해 질문을 건네기도 한다. 나름의 ‘MVP 선정’과 비슷한 방식으로, 선수들의 동기부여 차원에서도 효과적이다.

칭찬의 대상은 많은 안타나 타점,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에 나올 만한 호수비가 아니다. 기본에 충실한 플레이가 나왔을 때 공 대행의 박수가 향한다. 이른바 ‘고급 야구’를 했을 때 공 대행의 칭찬이 나온다. 누구나 인정할 만한 강팀이 됐을 때 리뷰를 멈추겠다는 게 공 대행의 생각이다. 롯데로서는 유쾌한 미팅이 빨리 멈출수록 반가울 수밖에 없다.

롯데는 후반기 시작과 함께 4연패를 했지만 이어 4연승을 내달렸다. 6일까지 공 대행 체제의 승률은 5할이다. 여기에 전반기 하루가 멀다 하고 나왔던 우스꽝스러운 플레이도 사라졌다. 자연히 덕아웃 분위기는 밝아졌다. 공 대행은 “표정들이 밝아진 게 느껴진다. 고참들 중심으로 간절함 표출이 뚜렷해졌다”고 안도했다. 롯데는 조금씩, 확실히 변하고 있다.

울산|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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