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공연리뷰]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좀처럼 보기 힘든 총체극 탄생

입력 2019-09-21 10: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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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공연리뷰]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좀처럼 보기 힘든 총체극 탄생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성별 영역 파괴, 음악과 안무, 그리고 영상까지 합세한 총체극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도리안 그레이’를 관람할 이유는 충분하다.

화가이자 사진작가인 유진을 통해 유명 기획자 오스카는 신인 조각가 제이드를 만나게 된다. 섬세하고 독특한 시선으로 작품을 만들어가는 제이드의 모습을 보며 오스카는 그의 재능과 스타성을 발견하고 함께 일하자고 제안하고 제이드 역시 이를 받아들인다. 오스카는 제이드의 활동명을 ‘도리안 그레이’라고 지어주고 그를 단숨에 스타 예술가 반열에 오르게 한다.


하지만 스타가 된 제이드는 대중들의 관심에 혼란과 불안을 겪고 쾌락에 빠진다. 그런 제이드의 곁에서 그가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사람은 유진이다. 결국 조울병(양극성 장애) 진단을 받은 제이드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에 이른다. 제이드는 점점 나아지는 듯하지만 사회로 돌아오지만 자신의 재능이 사라질까 두려워하며 광기에 도달하게 된다.

한국에서 좀처럼 시도되지 않은 총체극이 나왔다. 2016년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의 지휘봉을 잡았던 이지나 연출이 같은 제목이지만 시대를 19세기에서 현 시대로 옮겨왔다. ‘2019년의 현재를 살고 있는 ‘오스카 와일드’라면 어떤 도리안 그레이를 그려냈을까‘라는 상상에서 시작이 됐기 때문. 이에 영원한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했던 19세기 청년이 아닌 유명세를 느끼며 내면의 불안함으로 쾌락에 빠지는 현시대 젊은 아티스트의 모습을 그려냈다.


주인공의 이름도 원작과는 다르다. ‘도리안 그레이’는 매력적인 외모와 예술적 재능이 있는 모던 아트 작가 ‘제이드’로,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화를 완성시켰던 배질 홀워드는 유명 사진작가이자 화가인 ‘유진’으로, 도리안 그레이를 타락의 길로 빠져들게 한 헨리 워튼은 훌륭한 작품을 위해 아티스트를 극한으로 몰고 가는 기획자 ‘오스카’로 나온다.

‘도리안 그레이’를 총체극이라 하는 이유는 음악의 중점을 둔 뮤지컬이나 연기에 중점을 둔 연극이 아닌 음악과 안무, 그리고 영상 등 예술적인 요소들이 무대 위에서 각각의 매력으로 살아 숨 쉬고 또한 한 작품 안에서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는 작곡가 정재일, 아트디렉터 여신동, 현대 무용가 김보라 등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이들이 크리에이티브팀으로 참여했다. 무대에 올라가는 이들 역시 배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발레리나 김주원, 국악인 이자람을 비롯해 마이클리, 강필석, 김태한, 문유강, 박영수, 신성민, 연준석 등이 출연하며 ‘총체극’을 정의한다.


뮤지컬에서 총체극으로 넘어오며 내용은 단순화시켰다. 최근 연예인들이 터트린 성(性)과 마약 스캔들과 더불어 그들이 겪는 우울증으로 인해 내린 비참한 결론 등이 뉴스가 수없이 보도됐던 터라 주인공의 감정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단순하다고 가벼운 것은 아니다. 각 장면마다 추상적인 비디오 아트와 현대 무용, 그리고 락, EDM, 클래식 등 다채롭게 구성된 음악은 관객들의 오감을 깨우고 무게를 더해 주인공들의 어두운 정서를 대신하고 있다.

‘더 데빌’에 이어 이지나 연출은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에서도 ‘젠더프리(Gender-free‧성 구별 없는)’ 캐스팅을 택했다. 제이드 역에는 발레리나 김주원과 대학로의 신성 문유강이 맡았다. 이들은 대사 대신 역동적인 몸의 움직임으로 혼란스러운 내면을 펼쳐낸다. 유진 역에는 국악인 이자람, 박영수, 신성민, 연준석이 맡아 결이 다른 캐릭터를 소화해낸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은 11월 10일까지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된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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