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디치 경기모습. 다리 사이에 브룸을 낀 모습이 눈길을 끈다. 사진출처|퀴디치 코리아 공식 페이스북
럭비·피구·핸드볼·레슬링 합친 느낌
전세계 700팀 활동…국내는 두팀뿐
“퀴디치(Quidditch)는 빗자루를 끼고 달려야 하고, 블러저(수비용 공)를 맞으면 자기 골대로 돌아가야 하는 경기입니다. 축구와 농구처럼 엄연한 규칙이 있는 ‘똑같은 스포츠’로서 인식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대학교 퀴디치 동아리 ‘서울 퍼프스킨스(Seoul Puffskeins)’의 주장 길상규(27) 씨의 바람이다.
매주 목요일 밤, 서울대 종합운동장에서는 생소한 장면을 볼 수 있다. 바로 퀴디치 동아리 퍼프스킨스의 훈련 모습이다. 퀴디치는 소설과 영화로 유명한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가상의 스포츠 경기이다.
2005년, 미국 동북부에 있는 미들버리 대학에서 이 가상의 스포츠를 실현해보려는 시도에서 시작된 ‘현실판’ 퀴디치는 마치 럭비와 피구, 핸드볼, 레슬링을 합쳐놓은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전 세계 700여 개 팀이 활동 중이며, 매년 25개국이 참가하는 월드컵이 개최되고 있다.
국제협회도 갖췄으며 등록 팀만 300개가 넘는다. 하지만 국내의 현실은 초라하다. 전국에 있는 퀴디치 동아리는 서울대와 청주교대 단 2곳뿐이다.
퍼프스킨스는 지난해 7월, 국내에서 열린 ‘아시안-퍼시픽 퀴디치 컵 2019’의 주최를 맡았다. 대회 운영위원장이었던 강현구(25) 퍼프스킨스 부주장은 “이 대회가 전국적으로 퀴디치를 알리고, 부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강현구 씨의 바람과 달리 아직 국내에서 퀴디치는 하나의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노르웨이에서 퀴디치를 접하고 돌아와 퍼프스킨스를 창설한 초대 주장 이송윤(28) 씨는 “처음엔 빗자루를 다리 사이에 끼고 경기하는 모습에 사람들의 시선이 좋지는 않았다”라고 털어놓았다.
현 주장 길상규 씨는 “요즘은 인식이 조금 나아졌지만, 아직도 ‘덕후’들이 하는 운동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초창기부터 활동하고 있는 안재석(27) 씨는 “퀴디치가 스포츠로서 가진 매력은 무궁무진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퀴디치에는 젠더 룰이 있어서 전체 7명 중 같은 성별이 5명 이상 들어갈 수 없다. 아마 내가 아는 구기 종목 중 신체접촉을 하면서 남녀가 같이하는 스포츠는 퀴디치가 유일할 것”이라고 했다.
“직접 경험해본다면 생각이 바뀔 겁니다.” 퀴디치를 경험한 사람들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기자도 현장에서 퀴디치를 배워 함께했다. 처음에는 브룸(퀴디치 경기에서 사용하는 빗자루)을 다리 사이에 끼는 것부터 어색했지만, 이내 사람들과 어울리며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 이색 스포츠인 퀴디치의 저변이 확대되어 당당한 스포츠 중 하나로 자리잡을 날을 기대해본다.
이인서 명예기자(서울대 체육교육 전공) woorili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