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영의 어쩌다] ‘저녁 같이 드실래요’ 통성명도 못하나, 공감 1도 없는 디너 메이트

입력 2020-06-10 14: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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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같이 드실래요’ 통성명도 못하나, 공감 1도 없는 디너 메이트

남녀가 디너 메이트로 묘한 인연을 쌓는다. 그런데 통성명은 없다. 연락도 요즘 트렌드를 반영해 ’오픈 톡’(URL로 대화방을 생성)이다. 우연을 운명으로 착각하며 서로를 떠올리지만, 서로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놓고 운명 타령을 쏟아낸다. MBC 월화드라마 ‘저녁 같이 드실래요’(극본 이수하 연출 고재현 박봉섭) 이야기다.

‘저녁 같이 드실래요’는 이별의 상처와 홀로(Alone) 문화로 인해 사랑 감정이 퇴화된 두 남녀가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썸 타듯 서로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유쾌한 한 끼 로맨스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이미 5년 전 드라마 제작을 염두하고 편성과 캐스팅이 진행됐지만, 무산되면서 올해 드디어 빛을 본 작품이다.

하지만 ‘창대한 시작’과 달리 끝은 ‘미약’도 못할 처지다. 시청률 6.1%(1회 2부)로 시작한 ‘저녁 같이 드실래요’는 9일 방송분에서 3.4%(6회 1부)로 주저앉았다. 원작과 배우들의 신선한 호흡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이 회차가 진행될수록 ‘저녁 같이 드실래요’를 외면한다. 공감대라고는 찾아볼 수 없어서다. 아무리 원작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꾸렸다고 하지만, ‘디너 메이트’라는 설정 외에 어떤 개연성을 찾기 힘들다. 단순히 ‘킬링 타임’으로 소비하기에도 아까울 정도다. 차라리 연애 관련 예능이 개연성을 찾기 수월하다.

특히 ‘첫사랑은 잊지 못 한다’는 설정을 강조하는 부분은 최악으로 꼽힌다. 행복한 이별은 없다. 다 이유가 있고 사연이 있다. 그런 사연을 억지로 아름답게 포장하는 과정은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는 부분이다. 우연이 반복되는 김해경(송승헌 분)과 우도희(서지혜 분) 설정은 ‘경악’에 가깝다. 자의든 타이든 우연하게 만나 밥을 먹게 되지만, 남녀가 통성명조차 하지 않는다. 흔한 닉네임조차 쓰지 않는다. 이름을 모르니 ‘앙숙 관계’가 풀리는 과정은 억지 복선으로 깔린다.

‘저녁 같이 드실래요’는 속된 말로 ‘싸이월드 시대’에나 먹힐 이야기를 요즘 시대적 배경만 바꿔 이야기한다. 그러니 시청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싸이월드’가 추억의 한켠으로 사라졌듯, ‘첫사랑’도 추억으로 남아야 아름다운 법이다. ‘첫사랑’을 매개로 우연을 인연으로 만들기 위한 과장된 포장은 결국 모양만 이상해진다.

원작이 그린 담백한 이야기를 요즘 시대에 맞는 개연성을 담아 이야기를 그려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저녁 같이 드실래요’는 망작의 길로 접어들 전망이다. 3%대가 아닌 1%대가 눈앞에 보일지 모른다. 제작진이 각성하고 반성해야 하는 이유다.

한 방송관계자는 동아닷컴 “드라마 ‘저녁 같이 드실래요’는 원작이 지닌 참신한 맛을 담지 못하는 듯하다. 우연히 함께 식사하게 된 남녀가 자신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털어놓으며 인연을 맺는다. 하지만 드라마 속 이야기는 억지 설정과 과장된 내용이 많다. 누구나 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니라 드라마라서 있을 법한 이야기를 그린다. 그게 공감을 사지 못하는 듯하다. 그 점이 아쉽다”고 이야기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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