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사커] 군 팀 상무의 K리그 연고지

입력 2020-06-24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상주 상무 선수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상주 상무 선수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한 때는 육군과 해군, 공군, 해병대 등 군대에서 축구팀을 운영했다. 차범근의 공군, 이회택의 해병대 등이 유명했다. 육군 안에서도 다양한 부대가 축구팀을 만들어 자존심 경쟁을 벌이곤 했다. 당시의 군 팀은 상상조차 힘든 일화들을 많이 남겼다. 축구가 곧 전쟁이던 시절 얘기다.

군대 팀들이 하나로 통합된 건 1984년이다. 축구뿐 아니라 군대 모든 경기단체가 국군체육부대로 합쳐졌다. 그 때 상무(尙武)와 불사조(마스코트)가 생겨났다. 상무의 축구팀 전력은 막강했다. 그 해 실업리그 정상에 오르며 이듬해 프로팀들이 참가하는 슈퍼리그의 일원이 됐다. 군인들이 처음으로 프로무대를 밟은 것이다. 하지만 군 팀의 한계 때문에 한 시즌 만에 실업무대로 돌아갔다.

프로리그에 다시 참가한 건 2003년이다. 광주시는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광주월드컵경기장을 활용할 방안을 모색했다. 가장 좋은 건 신생팀 창단이었다. 하지만 돈과 시간이 부족했다. 대신 실업팀 상무를 끌어들여 연고지 협약을 맺었다. 군 팀이 K리그 사상 처음으로 연고지를 갖게 됐다.

하지만 말이 프로팀이지 초창기 실질적인 운영은 프로축구연맹이 맡았다. K리그의 질적 저하와 함께 프로와 아마추어 선수가 공존하는 상무의 정체성 논란 등이 있었지만 팀 수 증가와 저변 확대라는 명분으로 상무를 받아들였다. 또 군 복무를 하는 프로선수의 경기력 저하를 최소화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동국(전북 현대)이 대표적인 광주상무 출신이다.

상무와 광주시의 동행은 2010년까지 이어졌다. 원래 계약은 2008년까지였지만 기한 내 시민구단 창단을 하지 못한 광주시가 2년 연장을 요구했다. 이후 광주는 약속대로 시민구단을 창단했다.

상무가 새 둥지를 찾은 건 2011년이다. 경상북도 상주시와 연고 협약을 맺고 ‘상주상무 피닉스축구단’으로 출범했다. 하지만 그 길은 순탄치 않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요구하는 ‘프로구단의 독립 법인화’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연맹 이사회를 통해 자동 강등되는 수모를 당했다. 한 때 잔여 경기 보이콧을 선언할 정도로 심각했지만 대화를 통해 리그에 복귀했고, 2012년 말 법인 등록과정을 마무리하면서 수습됐다.

2013년 2부(당시 챌린지)에 참가한 상주의 성적은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챌린지 초대 우승팀으로 2014시즌 1부(당시 클래식)에 올랐지만 꼴찌를 하며 강등됐다. 2015시즌 2부 우승으로 다시 승격했고, 2016년 이후 지금까지 1부에 잔류했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꾸준히 수혈되는 상주의 전력은 상대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정됐다. 지난 시즌 7위를 했고, 이번 시즌엔 8라운드 현재 3위다.

상무와 상주의 연고 계약은 올해 말까지다. 상무는 새 연고지를 찾고 있는데, 김천시가 유력하다. 내년 시즌 아마도 김천 상무로 2부에 참가할 예정이다. 반면 상주는 시민구단 창단을 포기했다. 재정적인 이유로 운영이 어렵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한데 대한 비난은 면키 어렵다. 또 그동안 프로구단을 운영한다는 시민들의 자부심은 물론이고 구단 직원들의 운영 노하우 등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처지다. 상주하면 곶감과 함께 축구단이 떠오를 정도로 자리를 잘 잡았기에 더욱 안타깝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