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은 문승원, 최고 퍼포먼스와 팀 성적의 괴리감

입력 2020-07-15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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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문승원. 스포츠동아DB

선발투수에게 요구되는 가장 큰 역할은 팀이 승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기량과 별개로 경기운영능력을 선발투수의 큰 가치 중 하나로 평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개인 승수는 많지 않더라도 선발등판한 경기에서 팀 성적이 좋다면 그만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올 시즌 SK 와이번스 문승원(31)의 상황은 조금 아쉽다. 단순히 불운한 수준이 아닌,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뽐내고 있음에도 개인 승수는 물론 팀 승리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승원은 14일 현재 12경기에서 2승6패, 평균자책점(ERA) 3.25를 기록 중이다. 평균 6이닝을 소화하며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 8회를 기록하는 등 남다른 꾸준함을 보이고 있지만, 좀처럼 승운이 따르지 않는다. 불펜이 승리를 날린 사례도 한 차례 있었다.

문제는 등판 시 팀 성적이다. 문승원의 역투를 보면 상상할 수 없는 기록이 나온다. 2승10패로 승률이 0.167에 불과하다. 5회를 채우지 못하고 교체된 5월 21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과 5월 27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은 어쩔 수 없지만, 나머지 10경기는 불운 외의 단어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문승원의 9이닝당 득점지원은 3.88점으로 국내투수들 중 최저다.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문승원이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의 득점지원은 2.67점으로 더 적다. 좀처럼 타선이 터지지 않다 보니 한두 점만 허용해도 승리 확률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2000년대 메이저리그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까지 받았던 브랜든 웹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시절인 2004시즌 35경기에서 21차례의 QS와 ERA 3.59를 기록하고도 7승(16패)에 그쳤다. 그해 애리조나의 시즌 성적은 메이저리그 최악인 51승111패(승률 0.315)였는데, 득실점의 마진이 무려 -284(615득점·899실점)였다. 도무지 승리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좋은 투수도 최악에 가까운 팀 전력을 확 바꾸기는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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