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고성희 “‘야경꾼 일지’ 매년 정주행…사극 트라우마 극복”

입력 2020-08-04 09: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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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①] 고성희 “‘야경꾼 일지’ 매년 정주행…사극 트라우마 극복”

우리가 흑역사를 대하는 방법은 대개 정해져 있다. 머릿속에서 그런 일은 아예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깨끗하게 지우거나, 직접 자신의 흑역사를 마주하고 개선책을 마련한다. 하지만 후자의 방법을 쓰는 데에는 매우 큰 용기가 필요하다. TV조선 ‘바람과 구름과 비’에서 봉련 역을 연기한 고성희은 후자의 방법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극복했다.

“처음엔 사극이라는 장르에 대해서 겁이 났던 건 사실이에요. 이전 작품인 ‘야경꾼 일지’ 때 굉장히 어려웠거든요. 그 이후에 사극을 하려면 좀 더 준비된 후에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은 대본이 정말 재밌었어요. 마다할 수 없는 작품이었던 거죠. 덕분에 ‘야경꾼일지’ 때의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고성희는 ‘야경꾼 일지’ 방영 당시 꽤 혹독한 연기력 검증 시간을 가졌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고민보다 내가 처한 상황을 헤쳐 나가는 데만 급급했다”고 말했다. 이런 모든 결론들을 매년마다 ‘야경꾼 일지’를 스스로 정주행하며 얻은 것이다.

“무녀의 딸로 나와 영적인 것을 보는 인물이었는데 안 그래도 생소한 캐릭터를 제가 더 생소하게 전달한 것 같아요. ‘야경꾼 일지’를 볼 때마다 매년 느끼는 게 달라져요. ‘저 당시에는 최선을 다한 연기였을 텐데 왜 평가가 안 좋았을까’ 생각하면서 매년 저의 부족함을 느껴요. 그래서 이번엔 제가 두려워하는 만큼 진심을 가지고 정면승부를 하자고 마음을 먹었죠.”

스스로 흑역사와 마주해 온 고성희는 뼈저리게 느낀 만큼 분명한 성장을 이뤘다. 이번에도 미래를 내다보는 영능력자이자 철종의 딸 이봉련 역을 맡았다. 시대만 바뀌었을 뿐 ‘야경꾼 일지’와 ‘바람과 구름과 비’ 둘 다 그에게 신비로운 캐릭터를 맡겼다. 영능력 전문 배우로 불러도 될 참이다.

“감독님이 ‘봉련이를 떠올렸을 때 고성희 밖에 생각나지 않더라’는 말을 해주셔서 기뻤어요. 아마 봉련이가 그동안 국내 사극에서 등장한 옹주의 모습이 아니기도 하고, 한 남자를 절절히 사랑하면서도 영적인 힘도 보여줘야 하니까 저보다 예쁜 배우들은 많지만 뭔가 다른 예쁨을 가진 배우를 원하셨던 것 같아요.”

고성희는 봉련 캐릭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잘 하면 본전이고 조금만 어긋나면 낯설게 느껴질 만한 인물”이라고. 기존의 사극에서 참고할 수 없는 캐릭터이기에 고성희는 그만의 이봉련을 완성해야 했다.

“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봉련이가 새장 속에 갇힌 새 같은 처지에 절벽 끝까지 내몰리는 듯 한 삶을 사는데도 계속 벗어나려고 하고 나아가려고 하는 점이었어요. 저도 제 인생에 대해 그런 삶을 지향하거든요. 계속 움직이고 나아가고 싸워가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그 덕분에 사극 장르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어요. 개인적으로도 제가 잘 성장했다는 사실에 대해 대견함을 느껴요.”

고성희는 인터뷰 도중 ‘성장’과 ‘연기’라는 키워드에 집중했다. 적지 않은 경력을 쌓았음에도 성장에 대한 갈증이 눈에 띄었다.

“2년 반 동안 의도하지 않았던 공백기도 있었어요. 연기를 그만 두려고 했던 시기도 있었죠. 그럴 때마다 제게 늘 은인 같은 분들이 손을 내밀어 주셨어요. ‘미스코리아’ 때 인연을 맺은 작가님이 ‘질투의 화신’ 때 카메오로 절 써주신 덕에 다시 조금씩 연기를 할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2년 반의 슬럼프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았다. 고성희 역시 “난 괜찮았는데 주위 친구들이 날 많이 불안해했던 시기”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데뷔 초에 많은 사랑을 받았고 좋은 작품의 주연으로도 발탁 됐었죠. 그런데 갑자기 쉬게 되면서 ‘내 나름대로 잘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런 시간이 올까’라는 생각도 했어요. 그 때 운동에 꽃꽂이도 하고 배낭여행을 정말 많이 다녔어요. 도망친 거죠. 부모님 앞에서 울면서 ‘난 여기까지인가 봐’라고 했을 때 ‘1년만 더 기다려 보자’고 해 주셨어요. 그러다 ’질투의 화신‘ 이후에 쉬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죠.”


이런 시간을 거쳐 고성희는 쉽게 지치지 않는 강단을 기르고, 자신의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고성희가 가진 2년 반의 공백기는 지금을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 때 그 시기를 겪지 않았다면 제가 가진 것보다 너무 많은 것이 주어진 시기였다는 걸 몰랐을 거에요. 무조건 해내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흉내를 내는데 그치지 않고 다시 조연부터 밟아오면서 지금의 평가를 받을 수 있었어요. 이제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데서 오는 에너지가 좋아요. 매 순간 작품을 새로 시작할 때 오는 설렘의 감정은 어떻게 표현을 할 수가 없네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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