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왕국 두산의 안방마님 육성법, ‘성공체험’에 답이 있다

입력 2020-08-05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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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태형 감독. 스포츠동아DB

두산 베어스는 ‘포수왕국으로’ 통한다.

포수 출신 김태형 감독(53)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그 이미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9시즌 동안 안방을 책임진 양의지(NC 다이노스)의 존재가 워낙 독보적이었던 터라 다른 포수들이 조명 받을 기회가 그만큼 적었을 뿐이다. 현재 주전포수인 박세혁은 1군에서 꾸준히 양의지의 뒤를 받치며 후계자 수업을 받았고, 장승현과 최용제, 박유연 등 젊은 포수들도 퓨처스(2군)리그에서 묵묵히 훗날을 준비했다. 올 시즌 초반까지 백업포수 역할을 충실히 해냈던 이흥련은 투수 이승진과 트레이드를 통해 SK 와이번스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체계적인 준비를 통해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것만큼 좋은 흐름도 없다. 기존의 선수가 떠오르지 않을 만큼 자리를 잡으면 그야말로 베스트 시나리오다. 박세혁은 성공사례다. 2018시즌 양의지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 그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의 활약을 펼쳤고, 그에 따른 스포트라이트도 받았다. “타 구단에서 뛰면 충분히 주전감”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을 정도로 준비를 마친 덕분이었다. 이제는 박세혁의 후계자가 될 그 누군가가 또 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최근 박세혁의 부상 공백을 메웠던 최용제(29)와 장승현(24)도 그만한 자질을 갖춘 포수 자원이다.

키워드는 ‘성공 체험’이다. 박세혁은 양의지의 공백을 메우는 과정에서 팀의 승리를 이끌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경험이 많지 않은 포수가 팀의 승리에 일조하는 것만큼 확실한 성공체험은 없다. 장승현도 지난해 박세혁의 휴식으로 선발출장 기회를 잡은 3월 3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8회까지 마스크를 쓰고 2안타 1타점의 폭발력까지 더해 승리를 이끌며 존재감을 뽐냈다. 이렇듯 주어진 기회를 어떻게든 살리면 그만큼 코칭스태프의 믿음은 강해진다.

최용제도 마찬가지다. 박세혁이 부상자명단(IL)에 올라있던 지난 1~2일 창원 NC전에 대수비로 나서 공격과 수비, 주루에서 모두 만점 활약을 펼치며 위닝시리즈를 이끌었다. 특히 2일 경기에서 양의지의 태그를 절묘하게 피하며 득점한 장면 덕분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1군 경험이 적은 선수가 좋은 쪽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도 일종의 성공체험이다. 동기부여 측면에서도 엄청난 효과가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아직 (최용제의) 수비력은 중간 정도”라고 냉정하게 평가하면서도 “앞으로 경기에 나갈 기회가 많아질 것 같다”고 기를 살려줬다.

잠실|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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